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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화 -실의와 선택-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장 카리아 버드닉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화 -실의와 선택-

개성공단 2020. 2. 5. 08:54

그림자는 테이블에 앉은 채 매우 수상하게, 그리고 매우 즐거운 듯한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그저 운송자일 뿐이야. 너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일을 없을 테니, 네놈이 지금 그대로의 생활을 이어나간다고 한다면 나도 그냥 돌아가도 록 하겠다."

 

온 몸이 떨린다. 어둠 속에서 새까만 형상으로 나타나 그는 나에게 어느쪽이든 선택하란 듯이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니... 정확히는 세부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에 느낌상 말하는 거지만...

 

뭐지 이 녀석은? 느닷 없이 어디선가 나타나, 갑자기 나한테 기회를 준다고 지껄이다니

 

도대체 어떤 목적을 가지고 나에게 나타난 거지?

 

"그렇게 놀라는 것도 당연하고, 나에게 의문을 품는 것도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자세한 내용은 당신에게 전할 수가 없어"

 

이녀석은 내 표정만 보아도 모든 것을 읽을 수 있다는 건가

 

여전히 몸은 겁에 질린 듯 미동조차 하지 못했다. 손끝 조차 전혀 움직일 수 없었고 입 또한 열 수 없었다. 

이 녀석은 나의 상태를 알아차린 것 처럼, 혼자서 말을 이어나갔다

 

"네 심정은 이해해. 느닷없이 나타나 선택을 하라고 하니, 의심하는 것도 당연해 암 그렇구말구

하지만 나는 너를 설득하는 사람도 아니고 협상하는 사람도 아니야

나는 그저 이러한 선택은 운송하는 사람일 뿐이야!"

?

당연하지... 너 같이 정체도 알 수 없는 놈의 말을 덜컥 믿어버리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

 

그는 내 심정과는 상관 없이 말을 이어 나갔다

 

"나는 그저 운송하는 자, 네놈에게 인생을 바꿀 기회를 주는 자라고 볼 수도 있지

뭐, 그런 기회를 바라지도 않는다고 거절하는 것도 네놈의 자유다!

그러므로 일단 한가지를 말해주지"

 

검은 그림자는 처음의 거친 목소리에서 명확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도 분명 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기에 너에게 기회를 주러고 온 것이야

그것만은 사실이야"

 

그림자는 까불던 목소리에서 점점 더 진지한 목소리로 변해가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신용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단 한번이다. 이건 단 한번 뿐인 기회다. 너에게는 선택할 권리가 있다. 자"

 

그림자는 이 한 마디를 묻고 나서 그 성가신 입을 겨우 다물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하는 생각에 내 머리에 스며들며 갑자기 화풀이를 하고 싶어진다

나에게는 아무런 정보도, 자세한 사실도 주어지지 않는 마당에

갑자기 불쑥 나타나서 일방적으로 선택을 요구 받고 있을 뿐 이였다.

여전히 믿을 수 있을리 없었다

 

입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공기가 목을 통해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대로의 상황이라면 목소리는 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소리를 지른다면 다른 파티원이 방으로 들어올 것이고

그 그림자도 철수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괴로운 나머지 살해 당해 버릴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파티에 있어서 나의 역할이다

 

아.... 그렇다.  그게 내 소임 이었지...  파티의 위험을 감싸고, 받아들이고, 때로는 목숨을 잃는 것이

나의 역할임에 틀림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답변도 정해져 있었다

 

"받아들이겠다"

 

당연한 말이었다

 

믿을 수 있을 리 없었다. 함정일 수도 있었고, 자칫하면 마법사년의 고약한 장난 일 수도 있었다. 

그렇도라도 파티원에 위험이 닥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하면 나는 차마 거절 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이야! 이건 뜻밖이야!  네놈은 비뚤어진 데다가 남자이기도 해서 거절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림자는 기세를 되찾은 듯 기쁜 마음인지 몰라도 거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나 또한 의외였다. 평상시의 자신이라면 설령 목숨을 잃는다 하더라도 파티에 남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눈치채고 말았다

 

"...나도 알고 있어. 이대로 계속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헛된 시간을 계속 낭비해 봤자, 상황은 아무것도 변해지 않아"

 

몸도 어느새 움직일 수 있게 되었지만, 검에 뻗을 기력 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단지 의식만 있을 뿐 이였다.

 

분명 포기하겠지 언제 어디선가...

 

그림자는 그 말에 입을 다물었다 그것은 말문이 막혀 입을 다문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전할 수 없다고 말하는 듯 보였다

 

지그시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았다. 역시 알류에노의 얼굴이 먼저 떠올랐다. 다른 어떤 아름다운 광경도 보배도 그녀의 얼굴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이번 여정 내내 그녀의 여러 면을 내 기억 속에 새겼다.

 

그 아름다운 모습도, 씩씩한 기색도, 자애의 미소도...

 

그리고 구세주라고 불리는 남자에게 연모의 시선을 보내는 모습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해왔다 하지만 역시 내 마음대로는 안되었던 것이었다

 

내 속에는 사랑을 잃은 실의와 그녀가 파티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끌려온 사실 말고는 없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호오 손을 잡겠다는 말이군! 그것이 설다 악마의 손일 지라도!"

 

알류에노를 잃은 나에게는 이제 삶의 가치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

만약 그것을 막을 수만 있다면 설령 상대가 악마일지라도 계약 하겠어

 

"환영하도록 하지 루기스 네놈의 선택을! 그리고 주도록 하마 새로운 기회를! 나는 그저 운송자 이기 때문에!"

 

이상하게도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그림자의 모습이 달빛에 비추어 보인 것만 같았다

 

그것은 나의 환각이었을지도 모르고, 그에게서 받았던 인상이 그림자에게 형체를 줬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기에 비치고 있었던 그의 모습은...

 

얼굴에 선을 긋는 듯한 미소를 짓는, 바로 악마 같은 모습을 한 영락 없는 인간의 모습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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