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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는 사형수 6화 - 오지 않았으면 하는 내일, 그리고 와버린 내일 - 본문

내 여자친구는 사형수/제1장 죽음은 만남을 알리고

내 여자친구는 사형수 6화 - 오지 않았으면 하는 내일, 그리고 와버린 내일 -

개성공단 2020. 11. 13. 19:34

나나나기 시즈쿠의 존재는 필연적으로 변화를 가져왔다

야식이나 목욕 같은 것은 가족이 잠든 심야에 몰래 할 수 있지만 

유일하게 그렇게 할 수 없는 순간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취침한 사이

 

방 문을 열쇠로 잠금다면 어느 정도 대비할 순 있겠지만

가족이 여벌 열쇠를 가지고 있지 않을리가 없기 때문에

너무 늦게 일어났다간 가족이 이 방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처음으로 자명종을 들여놓게 되었다

 

시간은 6시 반

자명종대로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좋았지만

시즈쿠가 이 집에 머물러 있는 동안은

매일 이 짓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니

꽤 고생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딱히 못할 짓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안 자요?"

 

어젯밤 내내, 나는 온갖 힘을 사용해서 시즈쿠의 구속구를 풀었고

곧, 그녀의 다리를 제외한 모든 구속구를 풀 수 있었다

다리를 남긴 것은 이동을 막기 위해서지만,

상체가 자유로워진 시점에서 그녀는 내 도움 따위는 필요없이

스스로의 힘만으로 구속구를 풀 수 있었다

 

그러나 스스로를 노예라고 칭하는 그녀는

결코 구속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았다

 

"안 잤다고 생각해?"

 

"제가 먼저 잠들어 버린 건가요?"

 

"글쎄,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

만약 잠들지 않았다면, 네 잠자는 모습을 보고 싶었을 텐데"

 

시즈쿠는 내 옆구리에 손을 넣더니

외설적으로 입가를 일그러뜨리고 눈을 가늘게 떴다"

 

"잠자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거야?"

 

"...아..아니, 그건 아니지만..."

 

"그럼 된거네, 네 잠자는 얼굴을 마음껏 보고 싶은 걸"

 

파렴치한 것은 아니지만, 말할 수 없는 수치감이 몰려왔다

역시 잠자는 얼굴을 보이는 것은 뭔가 싫다...

부모한테는 몇 번이나 보인 적이 있었을 테지만

갑자기 이 부끄러운 느낌은 대체 뭐지...?

 

"자, 자, 그럼 오늘 하루도 힘내보자구"

 

그녀는 위기감이란게 없는 것일까?

오히려 이 위기를 즐기고 있는 꼴이라니...

 

 

 

 

 

 

 

유우네와 동급생들의 눈길을 돌리게 한 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그녀의 거짓말을 반박한 이상

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을 확증해 버리고 말았다

이제와서 뒤집으려 한다면, 거짓말쟁이 소리만 들을 뿐 이겠지

 

그 이전에 경찰이 나에게 방문해도 이상할 건 없다

조사가 이뤄지면, 그 세명이 나를 괴롭힌 것을 알 수 있을테고

더 자세한 사정청취를 위해, 학교에서 집으로...

모두 생각할 수 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이다

 

움찔움찔하면서 등교해도, 딱히 나를 응시하는 움직임은 없었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신발장에 도착하자

내 신발장에 뭔가 편지 같은 것이 끼워져 있는 것을 깨달았다

 

보통 남자라면 두근두근 하거나 뛰어오를 것 같을테고

분명 나 또한 예외 없이 그럴 터 였다

 

손에 들어 올린 편지는 찌그러져 있었고

그걸 꺼내자 볼펜으로 써진 몇 가지의 문장이 있었다

 

'방과 후 쓰레기장으로 오세요'

 

그리고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나는 당신의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가족에게 폐를 끼치기 싫다면 꼭 오시기 바랍니다'

 

반협박에 가까웠다

이건 연얘편지가 아니다

특히 신경쓰이는 것은 마지막 문장

 

나나나기 시즈쿠와 만난 것은 우연이며, 거기엔 계획성 따윈 없었다

누군가에게 목격당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유우네 또한 거짓말이였기에, 목격되지 않은 증거 또한 없었다

 

만약 이 편지의 주인이 모든 것을 목격했다면....

 

정신이 닳아 없어질 것만 같았다

용서 받을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이 상황을 누군가에게 성토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나나나기 시즈쿠를 배신하는 일임에 틀림없다

전적으로 나를 신뢰해주는 그녀에게 그런 불의는 할 수 없다

 

나는 그녀를 처음 본 그 때부터 마음을 모두 빼앗기고 말았다

이제 와서 양심 있는 척 따위 해서는 안된다

어짜피 이미 나도 범죄자가 되버렸는 걸...

 

시즈쿠의 얼굴을 떠올리며, 나는 이 편지를 다른 사물함에 넣어버렸다

조금이라도 패싸움 같은게 벌여졌으면 좋겠는 걸

 

어떠한 보복이든 나는 더 이상 두렵지 않다

두려움 따윈 이미 과거의 것이 되었다.

 

"얘들아, 안녕"

 

나는 교실에 들어서며, 교실 전체에 인사를 나누었다

그러나 반 친구들은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은 채

어떠한 한 주제에 대해 열심히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어제 너무 지나쳤나...?"
 

"에이, 그럴리가. 틀림없이 늦잠을 잔 걸꺼야"

 

"유우네가 늦잠을? 그럴리가 없잖아"

 

"그저 얼굴을 내밀기 힘들때가 있잖아? 그런 것 같은데"

 

그것은 미사카기와 유우네가 학교에 오지 않았다는 것

매번 개근을 고집하던 그녀가 갑자기 지각을 하다니

대충 예상하는 바는 있지만, 나는 모르는 채하고 대화에 끼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응, 아아, 유우네가 학교에 안 온 것 같아"

 

"유우네가?"

 

"어제 네가 돌아간 후, 모두들 여러가지를 캐내려 했는데 말야

그 녀석 갑자기 울먹거려서 말이야, 그래서 내일 묻기로 했는데..."

 

"하지만 이와 같이, 안 오는거 있지"

 

"흐음"

 

상상한 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무척이나 깨진 모양이군

그렇다고 울릴 생각은 아니였는데... 조금 착잡한데...

 

"그런데, 무엇을 물어보려고 했는데?"

 

"그저 네가 어제 한 말을 우리대로 해석해서 따졋을 뿐이야

일부러 울릴 생각은 없었어, 다들 그저 알고 싶었을 뿐이지"

 

이 놈들은 앞에다 한 명 세워놓고 인민재판 마냥 위압감을 내세우면

그 누구 하나 울먹거리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뭐... 이걸로 유우네도 조금은 반성해 주었음 좋으려만

아직도 학교에 나오지 않았으니,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군

 

1교시가 시작되어도 유우네는 나타나지 않았다

 

 

 

 

 

설마 시즈쿠가...?

 

아냐, 그럴리는 없어

나나나기 시즈쿠는 오늘도 지루함을 참으면서 

나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을거야

어짜피 그녀도 경찰의 눈을 피하는 상황에

직접 튀어 나갈리는 없을거야

 

하지만 유우네는 성실한 소녀였다

그저 등교 거부를 할리는 없을테고, 선생님도 이유를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럼 아까 그 편지의 주인공은 대체 누구인가?

 

나는 그저 유우네가 보낸 줄 알았는데 아니였단 말인가

 

설마 정말 러브레터?

아니, 그럴리가 없지.

보다시피 나는 그렇게 인기 있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1교시도

 

2교시도

 

3교시도

 

그녀는 오지 않았다

집에 전화해도 아무도 안 받는다고 했고

반 친구들 대부분은 걱정만 한 채

죄의식에 시달리고 있는 녀석은 아무도 없었다

자신들의 탓인지도 털끝만큼도 생각치 않는, 그저 남의 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렇게 4교시가 막 시작하려는 참에

이제까지 대화해 본 적 없던 여자가 말을 걸어왔다

 

"야나기마"

 

"응?"

 

그녀의 이름은 큐쥬세 마리아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혼혈이며

그녀의 금발머리는 이 클래스 내에서 제일의 아름다움

...이라고는 하는데, 어짜피 금발은 그녀밖에 없다

애초에 이 학교는 염색을 금지하고 있다

 

그래서 대화 해본 적은 없더라도, 기억엔 남아있었다

그녀는 대화 했을 때의 부드러움과 뒷바라지 하는 모습 덕분에

몇몇 사람들에게는 성모라고 불릴 정도였다

 

고등학생인데도, 별명도 참...

 

"점심 같이 먹을래?"

 

혼혈이라고는 하지만 일본어에 불편을 느끼진 않은 듯 했다

그녀도 멋으로 17년을 살진 않은 것이였다

조금 발음 정도가 어색하지만 틀린 것은 아니였기 때문에

일일히 지적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나는 상관없지만, 갑자기 말을 걸어오다니, 볼일이 있는 것 같군"

 

"응, 야나기마에게 꼭 전할 말이 있어서 말야, 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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