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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성 연합

내 여자친구는 사형수 8화 - 다가오는 죽음의 발소리 - 본문

내 여자친구는 사형수/제1장 죽음은 만남을 알리고

내 여자친구는 사형수 8화 - 다가오는 죽음의 발소리 -

개성공단 2020. 11. 15. 03:48

의식이 오니, 눈이 떠지기 시작했다

머리를 움직이는 순간, 머리에 강렬한 통증이 강타했다.

나는 다시 내 몸을 땅에 눕혔다

 

"...여기는"

 

어디야?

 

허름한 민가로 보이는 공간이지만, 창 밖에는 무한한 어둠이 펄쳐져 있었다

현실 세계에 이런 장소가 있다면 어딘가의 지하실 정도 이겠지만

조금 전까지 학교에 있었던 내가

이런 장소에 있다는 것은 그다지 현실적이지 않았다

시험삼아 볼을 꼬집어 보았다

 

아프지 않군

 

그렇다면 꿈인 것일까

 

하지만 이렇게까지 의식이 명료한 꿈은 처음 꾸는 것 같았다

아픔을 실감할 수 없는 것을 제외하면 현실세계와 전혀 다르지 않았다

꿈은 기억의 일부라고도 하지만

이런 민가는 나의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외출을 하지 않는 것을 방침으로 삼던 나로서는 말이다

 

꿈 속에서 할 필요가 있겠냐만은 일단 상황을 정리해보자

편지에 적힌대로 쓰레기장으로 불려 나오더니 갑자기 머리를 엊어맞았다

뒤돌아보는 순간 얻어맞았으니 범인의 모습은 시야에 들어와 있겠지만

이상하게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머리를 강타당해 기억이 날아갔는지

너무 갑작스러워 인식할 틈이 없었는지

어느 쪽이든 정답일 것이다

 

빨리 눈을 뜨지 않는다면, 시즈쿠에게 걱정을 끼치기 때문에

어떻게든 꿈에서 깨어나고 싶었지만

통증을 느끼지 못하기에 자극이 전혀 주어지지 않는 편이였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리는 것도 지루하기에

나는 이 기억에 없는 건물을 돌아다니기로 결정했다

 

집의 구조는 단순했다

1층과 2층은 나무 계단으로 이어져 있고, 둘 다 큰 방이 있었다

근 세기의 집치고는 너무나 간소한 걸

내가 있는 장소는 2층이고, 방구석엔 침대가 있었다

나는 2층에 사람이 없는 것을 알았기에 1층으로 향했다

 

계단의 첫 번째 칸을 밟자

맡아 본 적도 없는 지독한 냄새가 나를 숨막히게 했다

 

강렬한 빛과 소리를 받으면, 사람들은 그저 자리에 웅크리고 말지만

나는 그 냄새만으로도 제자리에서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계단에 허리를 부딪혔지만, 통증은 없었다

 

 

".........이야.......?"

 

기억이란 오감 모두에서 느낀 정보다

면식만 있다면 기억이 나도 이상하지 않았으나

그 가냘프고 가련하면서도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목소리는

생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교류가 없었던 급우일 가능성도 없다. 적어도 목소리는 기억하고 있으니까

 

일어서려고 해도 허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들려오는 목소리는 확실히 나의 존재를 자각하고 있는지

반응이 없더라도, 끝없이 목소리를 들려주려고 하고 있었다

 

"...마을의... 사람?"

 

"마을...?"

 

마을이란 뭐냐, 여기가 마을이란 건가?

하지만 내가 사는 곳은 마을 같은 곳이 아니다

옛날로 시간여행이라도 간건가?

 

"아..아닙니다만"

 

대체 이것은 무슨 꿈인 건가?

꿈이라 한다면, 나는 이런 상황은 기억에 없다

 

"...부탁드립니다... 도와주세요.."

 

허리를 움직일 수 잇을 것 같았기에

조심조심 허리를 다시 들어올려서 움직였다

 

여성은 책상 위에 쓰러져 있었다

그것도 손발이 찢긴 상태였다

 

마치 맹수가 할퀸 것 같은 흉터

심지어 피부는 뼈와 살을 훤히 내다 보인채, 제 구실을 못하고 있었다

드러난 사지에서는 마치 방금 전에 흘린 것 마냥 

피가 바닥에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보통 사람이면 대출혈로 사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여성은 살아 있었다

꿈이 였기에 비현실함에 박차를 가했다고도 말할 수 있지만

그 광경의 생생함에, 나는 이것이 진정 꿈인가에 의문이 들었다

 

여자의 목구멍 또한 크게 상처 입었기에 

조심스럽게 말해도 도저히 말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였다

그런데도 이 여자는 목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도와줘....."

 

나도 도와주고 싶다

하지만 그 처참한 신체를 만지길 본능이 차마 거절하고 있었다

나는 금방이라도 죽어버릴 것 같은 

이 여자를 더럽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였다

 

"제발... 부탁이야..."

 

뱃속에서 솟아오르는 불쾌감을 억누르며

나는 그 여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마침내 손이 여성의 시체에 접한 순간...

 

 

 

"도와줘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으아아아아아!"

 

의식이 명멸, 그리고 공포에서 터져나온 함성

그러나 그 함성은 소리를 내지 못했다

 

"안녕, 좋은 아침이야, 악몽이라도 꾼 거야?"

 

말을 걸어 온 목소리는 나나나기 시즈쿠

나는 내가 함성 소리를 못 낸 이유를 곧 파악했다

 

그 이유는 내가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었기 때문 이였다

 

꿈이였던 건가...

 

 

"...시즈쿠 씨"

 

"시즈쿠라고 불러도 돼. 우리들 연인이잖아?"

 

"...악몽을 꿨어요"

 

이런 나이가 되서 꿈을 무서워하는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꿈에 나이제한은 없지만

최근에는 꿈 같은 것을 일절 꾸지 않았기 때문에

내성이 생겼었던 것이였다

 

시즈쿠 씨는 내 몸에 다리를 감고

내 등에 팔을 돌려 껴앉았다

숨쉬기 힘든 걸, 그리고 아무것도 안보이잖아

 

"무서웠어?

 

"무서웠어요. 시즈쿠... 조금만 더 이대로 괜찮겠어?"

 

"흐흐흐흐, 좋아

네가 만족할 때까지 계속 이러고 있을게

물론 가족들이 수상해 할테지만 말야"

 

"......."
 

"하하, 심술궂게 굴어서 미안해

뭣하면 내 몸을 원하는 만큼 만지작거려도 괜찮아

무서워하지 말고 말이야"

 

 

 

 

 

 

 

그것이 꿈이였다면, 대체 무엇이 현실일까

 

나는 두 번째의 '오늘'에 의문을 품고 있었다

지금까지 잠을 잤다고 하기에는 평범하게 학교 생활도 보냈고

마리아와도 대화했었다

둔기 같은 것으로 얻어맞은 기억도, 아픔도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것이 꿈이였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나 꿈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현실이 아니게 된다

시간을 거슬러 왔다고 해야 하는가

 

"......"

 

신발장에는 역시 편지가 있었다

내용도 전혀 다르지 않았다

유우네가 교실에 오지 않았다는 소식이 얘들 사이에 퍼져있었고

마리아 또한 내게 주의 권고를 해왔다

 

예지몽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나는 도깨비와 예지몽 중 어느 쪽을 믿느냐 하면

틀림없이 전자다. 도깨비 쪽이 있을 것이다

 

"......"

 

방과 후가 되었다

방과 후에는 쓰레기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처음 향했을 땐 무언가로 두들겨 맞았었다

썩 내키지는 않지만 같은 전철을 밟고 싶진 않았다.

나는 쓰레기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약속 장소를 둘러보기로 했다

 

이만하면 맞을 염려는 없겠지

 

"...응?"

 

눈에 익은 경치의 모습에 변화가 생긴 것은

저번과 같이 대기하고 있었을 무렵이였다

 

금속 배트를 들고 선캡을 쓰고 있는 인간이 쓰레기장에 나타났다

뒷문(비상구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사용금지)으로 오지 않는 한

확실히 녀석의 뒤를 잡아야 할 것이다

비현실성의 혜택을 받는 것에 부아가 치밀지만

그래도 그 녀석에 나는 얻어맞을 운명이기에

 

"야아아아아아아앗"

 

거꾸로 뒤를 잡았으니 발차기라도 한 번 하고 싶었지만

그래서는 정당방위가 성립할 순 없었다

다른 사람의 귀에도 들릴 정도의 큰 소리로 말을 걸자
선캡을 쓴 사람은 역방향으로 도망쳐 버렸다

 

"야, 임마! 거기 서!"

 

놓칠 순 없다

나는 가방을 내던지고, 전력을 다해 녀석을 쫓았다

체격차에서는 내가 유리했기에

보폭이 뒤집히지 않는 한 확실히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어라? 저 달리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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