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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는 사형수 10화 - 어슴푸레한 벽의 밑바닥에서 - 본문

내 여자친구는 사형수/제1장 죽음은 만남을 알리고

내 여자친구는 사형수 10화 - 어슴푸레한 벽의 밑바닥에서 -

개성공단 2020. 11. 15. 05:15

선한 자는 구경꾼일지언정 제 손으로 사람을 죽이진 않는다

보통 사람은 같은 사람을 죽일 베짱은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람을 벌 할 수 없는 것은 도덕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각오의 문제이기도 했다

 

살인이 범죄로 정의된 그 순간부터

선한 자들에게 그것은 불가침의 영역이 되었다

그러나 어떤 선량한 사람에게도 악성은 있다

즉 그것의 발산방법이야말로 말의 칼날...

불가시의 영역을 침범하는 원격 공격...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이 최강이 된 순간이였다

 

그러나 그 최강은 끝없이 같은 층 아래 사는 인간이라야 성립되는 것

받는 쪽의 감성에 공격력이 좌우되는 말과는 달리

물리적 폭력은 위력이 일정했다

그리고 그것을 할 수 있는 인간이 있는 것만으로

말의 최강성은 소멸하는 법이였다

 

예를 들어, 만약 이 순간 나에게 어떤 인간도 논파할 수 있는

어휘력이 주어진다고 해도, 유우네는 이길 수가 없었다

실없는 말로 어떻게 발버둥친다 해도

금속 배트의 일격 앞에 엎드리게 될 것이였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앗!"

 

가방을 놓고 간 선택은 매우 잘못됐다

그 꿈같은 무엇인가가 한 번 더 일어나 준다면 이번에야말로

실패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데

그런 기적이 때마침 일어나지 않을까...

 

한 대 맞는다면, 혹시 시간을 되돌릴 수도...

 

...라는 생각은 버렸다

귀신 들린 표정으로 방망이를 휘둘러 대는 

그녀에게는 도저히 다가갈 수 없었고

이대로 죽었다간, 시즈쿠를 지켜줄 수가 없었다

 

유우네는 나를 뒤쫓기 시작했고

나는 그녀를 피해 계단을 올라 복도로 향했다

이를 이용해, 반대편의 계단으로 다시 내려가

빈 현관을 향해 돌진할 생각이였다

 

하지만 그런 운은 내게 다가오지 않았다

애초에 그런 생각을 한 내가 너무나 안일했다

 

나의 미숙을 깨달은 것은

그녀가 투척한 방망이가 내 허벅지에 명중햇을 때였다

 

"으으으으으읔"

 

급소에 명중하지 않은게 어디인가

아니... 금속덩어리 같은 건 어디에 맞아도 아픈건 틀림없을 테니

솔직히 온 몸이 급소일 것이다

통증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혹시 또 모르지...

 

시야의 반대에서 방망이를 줍는 소리가 났다

 

"너는 이제 죽을거야. 할 말 있어?"

 

"...유언이라도 들어주려는 건가... 썩어빠져도 상식인이군..."

 

"그게 유언이구나, 그럼 죽어"

 

그녀가 방망이를 내동댕이치는 순간

몸을 굴려서 회피했다

그리고 흉기를 빼앗는 방향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거 이리 내!"

 

아무리 미쳤다고 해도 어짜피 상대는 일반인 여자

잔재주를 부리지 않아도, 힘만으로도 빼앗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매우 안일한 생각이였다

 

지금의 유우네는 보통이 아니고는 생각할 수 없는 근력을 가지고 있었다

구체적인 예를 들 수는 없지만

방망이를 움켜쥐고 잇는 손이 뜯어나갈 정도였다

 

"뭐야.... 너.... 단련하고 있는 그런 차원이 아니야...!"

 

전 체중을 들여 빼앗으려고 해도

유우네의 방망이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상태로 휘두르려고 하고 있었다

 

한마디도 하지 않고, 그저 순수한 살의를 품은 채 말이다.

 

이거 무리인데

 

맞서는 게 고작이라 승부가 날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 교착 상태를 풀었다간, 얻어맞을 지경이였다

 

"....읔...."

 

그리고 결국 맞고야 말았다

과장해서 피하는 버릇이 간파되어, 시간차로 공격을 당한 것이였다

나는 그 자리에서 고통에 신음하며

관자놀이를 누르고, 웅크리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케이스케에게 미안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어?"

 

"...아...아파...으으으읔"

 

"아파? 케이스케는 더 아팠을 거야

죽을만큼 말이지, 그러니까 그 정도로 기 죽지 말라고

야나기마는 이제 죽을거니까 말이지"

 

"이런 미치광이 같으니...!"

 

그렇게 구경꾼마냥 욕하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겨우 의식이 남아 버린 것은 최악의 상황이였다

나는 지금부터 내리쳐질 필살의 일격의 맛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픔을 느낄 틈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의식이 있는 한 존재할 것이다... 아마도

 

죽을 정도의 아픔이란 무엇일까

괴롭힘을 당했을 때의 아픔은 지금도 잊지 않았지만

나는 죽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그것 이상의 통증은 없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무섭다

 

무섭다면 도망가면 돼

 

하지만 도망갈 수 없어

 

맞고 말거야

 

나는 죽는 구나

 

자문자답을 되풀이하며

무한한 가속을 하는 사고와는 다르게

현실의 육체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하는게 최선의 수인지 전혀 생각할 수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나는 미치광이가 아니야. 정의의 심판일 뿐이지

나는 하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선택 받은 존재

그러므로 이건 범죄가 아니야

너를 죽임으로서, 또 한 걸음 세계에 평화를 기여할 뿐 인거야"

 

배트가 휘둘러졌다

 

바로 그 순간

나는 체면이고 뭐고, 다 버린채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누군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런 곳에 있는 것을 들켜도 상관은 없다

정학을 당해도 상관없다.

목숨을 잃는 것보단 나으니까

 

경찰에 몇 시간 동안 구속이 되든

구경꾼에게 몇 시간에게 구경을 당하든

네티즌에게 몇 시간 씩 모략을 당하든

이 자리에서 죽는 것보단 나을 것이다

 

그래서 소리를 질렀다

단말마의 고함을

죽음에 대한 저항을

 

그것을 무의미하게 보기라도 하듯

미사카기와 유우네는 최후의 일격을 내리쳤다

 

 

 

 

 

 

 

 

 

 

 

내려지는 일격을 멈출 수 없는 사소한 소리

 

하지만 그것은 확실히 내 죽음을 멈추게 했다

 

"......?"

 

방망이는 내 정수리 바로 위에서 멈추어 있었다

기세가 완전히 멈춰있으니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서도

만약을 위해 피해 두었다

방망이는 그 자리에서 멈춰있었다

 

유우네는 소리에 정신에 팔린 나머지

내 존재는 문자 그대로 안중에 없었다

 

찍찍 찍찍

 

벽 속에 쥐가 기어다니고 있었다

 

아니, 벽 뿐만 아니라, 천장과 바닥에도 기어다니고 있었다

수백 수천의 쥐가 어디선가 솟아나와 꿈틀거리고 있었다

폐허였는지 콘크리트 곳곳에 금이가 있었다

 

"뭐....뭐야?"

 

직전의 죽음에 대한 공포를 덧칠하는 불가사의한 현상이

마음을 쥐어뜯는 것 같아 불쾌했다. 그리고 무서웠다

 

콘크리트 하나 사이에 두고 확실히 존재하는 쥐는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대신에, 나와 유우네 중간 지점의 벽에 모여 있는 것 같았다

이 수수께끼의 현상에 겁에 질린 우리들은 

당연히 그 벽에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기이하게도 도주는 가능하게 되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리고 벽에 금이 갔다

 

"앗!"

 

어떤 완강한 벽도 금 하나만 들기 시작하면, 곧 부서지는 법이였다

벽 속에 숨어 있는 쥐들도 이를 알고 잇다는 듯이

순식간에 모여들어 콘크리트를 부수기 시작했다

 

그리고 솟아나오는 수만 마리의 쥐들

무너진 댐 같은 기세에 놀란 나는 몸이 쥐떼에 잠길 때까지 움직일 수 없었다

 

유우네는 완전히 미친 나머지 닥치는 대로

쥐를 향해 방망이를 휘둘러댔지만

오히려 쥐는 수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유우네의 발목까지 가득 채우고 있었다

 

"괜찮아?"

 

"...에?"

 

쥐떼 사이에서 뭔가가 튀어나왔다

목소리의 주인은 쥐떼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시즈쿠!"

 

쥐의 왕, 그 정체는 극악무도의 최전방 사형수

나나나기 시즈쿠, 무작위로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한 쥐는

그녀의 발을 피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시즈쿠는 허리를 삔 나를 부드럽게 껴안았다

 

"작은 동물들에게 이끌려, 너를 도우러 왔어

이제 괜찮아, 나에게 맡겨, 나를 지켜준 데 대해 감사해야지"

 

"응... 지켰어"

 

"흐흐, 조금만 기다려"

 

나나나기 시즈쿠는 내 볼에 키스를 하고, 일어섰다

예기치 못한 사형수의 등장에 

유우네는 금속배트에 손을 뗄 정도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네...네가... 나나나기 시즈쿠...!"

 

"처음 뵙겠어. 아무래도 네 사랑을 방해한 것 같군

하지만 사과할 생각은 조금도 없어

나 또한 내 사랑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었어"

 

"그런 놈의 목숨보다 케이스케가 훨씬 중요해"

 

"아니, 생명엔 가치란 없어

생명은 그저 평등할 뿐이야

가치가 있는 생명이란 존재하지 않아

존재하는 것은 그저 우선순위일 뿐

나는 나를 도와준 그를 우선시 할 뿐이야"

 

"...너 사형수지?

좋아, 내가 정의의 철퇴를 내려줄게!"

 

유우네는 쥐떼 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아마 방망이를 찾으려고 하는 거겠지

하지만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

 

"이런, 뭘 찾고 있나보내, 그럼 치워주지"

 

시즈쿠가 손가락을 올리자

쥐떼들은 일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닥이 드러나도, 유우네의 배트는 보이지 않았다

 

"...어, 어라?"

 

"아, 미안해

쥐가 가져간 것 같은 

하지만 어쩔 수 없지

그를 죽일 뻔한 무기라고, 몰수당해야 마땅한 걸"

 

그 배트야말로 어느 정도 그녀의 광기를 보조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살해 수단이 없어질 유우네는 순간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며

 

"...아...아냐!"

 

처음부터 피해자인 것 마냥 등을 돌리고 도주를 시작했다

 

"놓치지 않을 거야"

 

나는 구속복이 존재하지 않을 시즈쿠의 신체능력을 모르고 있었다

기세가 오를대로 오를 유우네를 단 세 걸음에 잡을 줄이야!

 

"아냐, 아니야! 놔! 놔보라고! 내가 뭘 했다는 거야!?"

 

나와 마주했을 땐 그토록 강력했던 그녀도

시즈쿠를 상대한 순간에 손목이 뒤틀려 버렸다

바닥에 쓰러진 유우네에선 아까의 광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를 죽이려 했어

살인미수군

따라서 넌 사형"

 

"아냐! 모르는 일이야! 야나기마! 살려줘"

 

휴대 전화는 공교롭게도 가지고 잇지 않았다

따라서 나는 그저 지켜보기밖에 할 수 없었다

 

"실은 쥐떼들에게 먹이려고 했는데 말이야

그나마 내 온정으로, 내 손으로 직접 죽여주지"

 

양식 있는 인간이라면 여기서 말렸겠지만

누차 말하듯이, 그녀를 숨겨준 시점에서 난 그 분류에서 추방되었다

그리고 지금도 말릴 생각은 없었다

 

나를 죽이려 했으니, 죽어도 뭐라고 할 수 없겠지가 아니라

 

방해했다간 내가 죽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 였다

 

그녀가 나를 신뢰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주저 없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인간은 역시 무서웠다

 

"자, 어떻게 죽고 싶어?"

 

"나는 죽고 싶지 않아!"

 

"그래?"

 

시즈쿠의 손이 유우네의 목에 닿았다

 

"으아아아아아! 누군가 도외줘!"

 

 

 

 

 

 

 

빠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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