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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는 사형수 9화 - 하늘의 소리 - 본문

내 여자친구는 사형수/제1장 죽음은 만남을 알리고

내 여자친구는 사형수 9화 - 하늘의 소리 -

개성공단 2020. 11. 15. 04:27

사람에게는 버릇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먹는 법이거나 걷는 법이거나 대화를 나눌 때거나

한 사람, 한 사람마다 반드시 존재하는 것이였다

 

그녀의 버릇을 깨달은 것은 작년 체육제 때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그녀가 시야에 들어왔을 때 깨달았다

 

"잠깐만! 유우네! 너 왜 날 때린거야?"

 

선캡을 쓴 인물의 정체

그것은 미사카기와 유우네였다

하지만 본인이라고 해도 여기서 반응은 하진 않을 것이다

선캡을 쓴 이유는 제3자로부터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 이기 때문에

그녀는 쿵쿵거리며 내가 알지 못하는 곳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그녀가 얼마나 열심히 뛰어도 나를 물리칠 순 없었다

보폭, 체격의 차이, 그리고 근본적인 체력

따라잡기라면 따라잡을 수 있다

어딘가의 약자마냥 파쿠르를 습득하고 있다면, 반대로 승산은 없지만

유우네에게 그런 위태로운 움직임 같은건 있을리 없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길모퉁이나 신호등으로 따돌리면 귀찮았다

나는 언제부터 신호등에게 미움을 샀는지

내가 횡단보도에 들어오는 순간 빨강불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차의 틈새를 피해 달렸다

이러다간 동네에서 소문난 문제아로 인정되겠군

 

그럼 쫓는 것을 멈추는가 하면, 그만두지 않았다

여기서 그만뒀다간 또 어디선가 습격당할 것 같았기에

 

게다가 학교를 나오지 않으면서 나를 습격하려고 한 것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빌어먹을 꼴을 당하기 했지만

미사카기와 유우네는 선한 자다.

오히려 악한 자는 나였다

 

수많은 사람들은 그녀가 선한 자가 아니라고 말하겠지만

이 세상에 완벽한 인간 따윈 없다

 

실패하지 않고, 틀리지 않고, 하는 일 모두가 올바르고

진정한 의미에서 선한 존재가 있겠는가?

 

어떤 악인도 변덕스럽게도 선한 일을 해보듯이

선한 사람도 변덕스럽게 악한 짓을 한다

일단 추적해보자, 선인지 악인지는 잡고나서 판별해보면 될 것이다

 

아무튼 그런 선량한 그녀가 

뚜렷한 살의로 나를 덮치려 한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도중에 나와 시즈쿠가 만났던 공장 근처를 발견했다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출입 금지 중이다

경찰 이외엔 아무도 들어갈 수 없다

 

저기에 들어가려는 가 하고 생각했지만

유우네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그저 지나갈 뿐이였다

대체 어디로 갈 작정인 것인가

 

멀쩡히 도망간다면 따라잡힐 판국인데 말이지

 

시간을 번다고 해서 될 상황은 아니다

유우네의 선택지는 단 두 가지

포기하든지, 어떻게든 나를 뿌리치는 것이다

나를 뿌리칠 수단을 빨리 찾지 않으면, 숨이 차게 될 것이다

없다면 빨리 포기하기를, 나도 피곤하다고

 

"유우네, 적당히 포기하고 멈춰!"
 

그래도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이 정도에서 멈추었으면 하고 말했을 뿐이였다

 

어린 시절에서 조차 하지 않았던 

전력의 술래잡기가 계속되었고

5분이 더 지나서 유우네가 건물 속으로 사라졌다

 

걸음을 멈추고 외관을 바라보니

 

...무슨 생각인거지?

 

그녀가 도망친 곳은 폐병원

출입금지는 고사하고, 바깥쪽이 철책으로 덮여있으니

유우네는 스스로 도망갈 길을 끊은 셈이 되었다

 

도주 중에 변심했다고 보긴 어려웠다

침입하고 나서, 만약을 위해 근처에 놓인 쓰레기를 무너뜨려

추적자의 발길을 방해할 수도 있겠지만

녹초가 된 그녀가 거기까지의 기력이 남아나 있을까

나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병원 내부에 발을 내디뎠다

 

그 직후

 

"으앗!"

 

유우네는 나의 뒤통수를 칠 뻔 했다

현관 가까이의 벽에 숨어, 곧 들어온 나를 요격하려 했다

다행인 것은 그녀가 완력이 없었고

원심력과 배트의 무게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 덕분에

아마추어 보다 못한 궤도가 통째로 들어나, 피할 수 있었다

 

내동댕이쳐진 벽에 금이 갓다

만화도 아니고, 저런 공격은 신체에 어디를 닿더라도 치명상 일 것이다.

 

"흐흐, 흐흐흐"

 

"......?"

 

갑자기 그녀가 웃더니, 선캡을 벗었다

역시 미사카기와 유우네였다.

놀라움 따윈 추호도 없었다

 

"유우네, 왜 나를 덮친 거야?"

 

"덮치다니, 덮치려 했을 뿐이지

어떻게 내 의도를 읽을 수 있었지?"

 

"이미 너한테 한 대 맞았었거든

안 그랬으면 이렇게 경계를 안할리가 없잖아"

 

"흥!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아무튼 난 알고 있어

네가 나나나기 시즈쿠, 사형수를 숨기고 있다는 걸"

 

눈이 휘둥그레졌다.

누구에게도 알려져 있지 않다고 생각했건만

유우네는 이미 그 반응을 예측한 듯 쿡쿡 웃었다

 

"나 말이야... 하늘의 소리가 들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하늘의 소리가 말야, 다 가르쳐 줬어

당신이 나나나기 시즈쿠에게 

세 사람의 이름을 가르켜주고 죽여달라고 했다고"

 

"...뭐라고?"

 

정보량이 어젯밤과는 달랐다

환청이라도 들었나 싶었것만, 하늘의 목소리는 환청이 아니라는 건가?

 

증거를 대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 장면을 그대로 보고 온 듯한 말투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누가 감시카메라를 보고, 이건 분명 환상이야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만큼 정확했다

 

"시치미 떼지 마, 야나기마

나나나기 시즈쿠는 이름을 안 상대를 조종할 수 있어

너도 그걸 알고 그녀에게 이름을 알려주었겠지?"

 

의문이 아니라 확신

하지만 그것을 말해주어서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다

정말 그것이 거짓말이 아닌 것 같았기에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름을 묻지 않는 조건이 그녀에게 얼마나 자비로운지 알 수 있었다

나나나기 시즈쿠에게는 그야말로 '죽이지 않는 보증'이였던 것이다

 

"즈..증거를 대라구

내가 고의로 세 명을 죽이게 했다는 증거를 말이야"

 

"증거 따윈 필요 없어

왜냐하면 하늘의 목소리가 가르쳐 주었거든

그래, 난 뽑힌거야

정의를 철퇴를 내리는 자로 말이지"

 

본격적으로 머리가 이상해지고 잇는 걸까

하늘의 소리는 그녀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었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의지하기엔 법치국가 태생이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설득도 대화도 불가하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녀를 물리치든지 도망가든지 하는 것 뿐이였다

 

상황을 정리해보자

 

폐병원에 고등학생이 두 명

미사카기와 유우네의 특기는 금속 배트

상대하는 나는 맨손

가방은 학교에 두고 왔다라고 할까... 사실 내팽기고 왔다

 

중2병도 아니고... 

방망이를 가진 인간 상대에게 이길 수 있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격투기의 특성을 가진 것도 아니라면 더욱 그랬다

도망친다고 해도 나올 수 있는 입구를 그녀가 막고 있는 탓에

사실상 병원 안에 갇혀버린 형태가 되었다

 

"...야나기마, 나 말야 너무 슬퍼..."

 

"응?"

 

"나도 솔직히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가 아무리 옳다고 해도

너를 죽일 생각은 없었는데... 네가..."

 

유우네는 힘껏 방망이를 움켜쥐었다

 

"네가 케이스케를 죽이지만 않았다면!"

 

"으앗!"

 

그녀는 배트를 과장된 몸짓으로 휘둘렀다

하늘의 소리인가 뭔가를 믿는 그녀는 완전히 제정신을 잃고 있었다

 

"케이스케! 너무 좋아했는데! 나의 케이스케!"

 

"진정해! 그 녀석이랑 사귀고 있었어?"

 

"사귈 수만 있었다면 이미 사귀고 있었겠지!"

 

의문을 되풀이한 것이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부어버렸다

광적으로 배트를 휘두르는 유우네는 보기에 빈틈투성이였지만

그곳을 틈타 도망칠 수 있을 정도로 나에게 그런 능력 따윈 없었다

나 같은 초보자는 그저 그녀를 피해 계단으로 올라가 도망칠 뿐이였다

 

"케이스케를 왜 죽인거야? 도대체 왜?"

 

"...죽일 생각은 없었지만... 굳이 따지자면 괴롭혀 왔으니까?"

 

"너는 죽지 않았으니까 됐잖아!

그 정도의 일로 죽이다니...

아... 케이스케... 나의 케이스케...

어째서 미츠야와 히데야만 죽이지 않았던 거야!?"

 

"뭐..뭐어?"

 

"둘만 죽여줬다면, 상심한 케이스케를 위로할 수 있고

거기서부터 연인이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전언 철회

 

유우네는 원래부터 미쳐있었다

그 모습이 표면화되지 않았을 뿐

그녀는 착한 것도 아무것도 아니였다

 

약점을 잡으려는 놈의 어딘가 선이였던가

 

"...너.. 죽고 싶지 않지?"

 

"봐주려는 거야 뭐야?"

 

"나나나기 시즈쿠의 위치를 알려준다면 봐줄게"

 

 

"닥쳐"

 

 

생각보다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나는 그 대답말고는 준비되지 않았으니까

 

유우네는 살의를 담은 눈동자를 보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감싸는 거지?"

 

"너는 나나나기 시즈쿠를 이용해서 내가 죽였다고 믿고 있어

시즈쿠의 장소를 알려준다고 해서 날 봐줄 것 같진 않은 걸

너는 내가 진범이라고 믿고 있으니까 말이지"

 

그래서 감싸는 거야

 

물론 나도 죽고 싶진 않은 걸

 

하지만 적어도 시즈쿠라도 죽지 않았으면 해

죽인 건 그녀지만, 숨긴 건 바로 나

행동을 취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운명 공동체가 되었다

어떤 것을 교환 조건으로 내놓아도, 그 상냥한 사형수를 배신하고 싶지 않다

 

"...그래?"

 

유우네의 말투에서 온도가 사라졌다

 

 

 

 

"그럼 죽어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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