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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는 사형수 11화 - 고요한 감정, 넘치는 눈물 - 본문

내 여자친구는 사형수/제1장 죽음은 만남을 알리고

내 여자친구는 사형수 11화 - 고요한 감정, 넘치는 눈물 -

개성공단 2020. 11. 15. 17:22

"......."

 

"......."

 

모든 게 끝났다

마음 속에서의 문제에 불과했던 나의 각오는

미사카기와 유우네의 죽음으로써 현실이 되었다

눈앞에서 사람이 살해당하고, 그것을 신고하지 않은 이상 난 이미 공범이다.

도주 방조라든지 그런 차원이 아니였다

 

그래도 실행범보단 죄가 가볍다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그 실행범이 하필이면 나나나기 시즈쿠....

사형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징역 정도는 각오하는게 났겠지

무기징역이라던가

 

시즈쿠는 유우네의 시체를 발로 차고, 내 앞으로 걸어왔다

 

"내가 무서워?"

 

"...아뇨"

 

"그럼 왜 이렇게 떨고 있는 거야?"

 

"......"

 

나나나기 시즈쿠가 무서운건지

아니면 목이 부러진 유우네의 시체가 무서운 건지 모르겠다

살인이란 행위가 무서운 걸까, 아님 쥐떼가 무서운 걸까

아님 이 모든 것을 통틀어 전부 무서운 건지도 모른다

 

"...손 좀 내밀어 봐"

 

"네?"

 

"괜찮으니까"

 

하라는 대로 손을 내밀었다

떨림을 감출 수 없는 나의 왼손을

그녀는 자신의 젖가슴에 손을 대게 했다

 

"...에엨?"

 

반사적 행위로 손을 움츠리려고 했지만

자칫하단 그녀의 힘에 의해 손목이 부러질 참 이였다

물론 아까의 부상 때문에 도망칠 힘도 없었고

솔직히 싫은 것 또한 아니였다

 

"다시 한 번 물을게

내가 무섭다면 도망쳐도 좋아

죽이지 않을 테니 말이야

마지막으로 생각할 기회를 줄게

정말 날 숨겨줄거야?"

 

침착하게 생각해달라고 그녀는 말했다

내가 손을 갖다대고 있는 그녀의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확실히 부드러운 것을 만지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는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하면 이대로 있고 싶은 감도 있었다

 

아... 그건 좀 아닌가?

일단 진정하자

 

"너는... 시즈쿠는 사형수야... 살인자기도 하지

사실은 섞이면 안 돼, 상관하면 안되는 부류이라고...

그것 기분 탓이 아니야

사실 처음 만났을 때, 유우네를 죽였을 때, 확신 했어

당신은 정말로.... 진심으로... 인간이 아님을..."

 

"응"

 

"그래도 나는 너를 지키고 싶어

나를 거짓말쟁이가 아니라

한 사람의 정직한 인간으로 봐주는

당신을 잃고 싶지 않아"

 

"그것이 법을 어기는 것이 되더라도 말야?"
 

"법률이 지켜주는 것은 몸 뿐이야

마음까지 지켜주는 법 따윈 없어

눈에 보이지 않은 것은 지키지 못하는 법이야

하지만 너는 그것을 지켜주었어

네가 주저없이 사람을 죽일수 인간이라 해도

나는 상관없이 나나나기 시즈쿠... 너를 좋아해"

 

그것은 사랑의 고백과도 같았다

그녀가 곁에 있는 한, 나는 미래에 짊어져야 할 죄 많은 업을 쌓게 될 것이다

그것은 일반인에 국한될 경우

제대로 살기를 원한다면 짊어져선 안되는 것이였다

제대로 살면서, 그녀를 지킨다... 그 소망은 적어도 양립될 순 없는 것이였다

 

무섭다... 두렵다...

가치관이 결여된 여성을 곁에 둔다면 어리둥절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만... 나는 그녀를 지킬 것이다

 

단 한 사람, 나를 거짓말쟁이라고 단정하지 않았던 그녀를 위해 말이다.

 

"...그게 네 대답이구나"

 

그녀는 내 손을 풀어주면서,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힘껏 나를 껴안았다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을리 없었다

나는 그저 그녀의 힘에 휩쓸릴 뿐 이였다

 

"고마워, 너에게 목숨을 맡긴 내 판단은 틀리지 않았어

정말로 기뻐, 흐흐흐흐"

 

옛말에 어른이 되라는 말이 있었다

 

감정이나 욕구를 조절하며 발언과 행동을 조심하라는 말

어른이란 사회 규범에 따른 상식적이고 양심적인 인간이 되란 뜻이였다

지금 내 행동은 어른의 판단인걸까

아니, 그녀는 사형수, 나는 그저 좋아하니까 지킬 뿐

이 판단은 합리성도 사회성도 없다

 

누구도 이 판단을 어른의 판단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유연성의 조각도 없이

자신의 생각 하나 관철할 수 없는 것이 어른이라는 녀석이라면

나는 평생 어린이로 남아 있어도 좋을 것이다

어린아이 채로 그녀를 지키는 것이다

 

어른이란게 뭔가, 뭐가 잘난 것인가, 뭐가 옳은 것인가

도대체 어른이란게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어른이 된다하면 지킬 수 있는 것 따윈 없다

그저 당연한 세계와 당연한 사회에 살며

평온하고 평화로운 삶만 유지할 뿐

이 무슨 교만한 존재란 말인가

 

과거 역사에서 모든 인간이 같은 방향을 향해

같은 사상을 품은 예는 없었다

사람끼리는 협력할 수 있지만 결코 하나는 될 수 없다

 

"그럼 앞으로도, 나는 너의 노예야

사양하지 말고 뭐든지 말애줘

네가 원한다면, 내 모든 것을 너에게 바치겠어

죽이고 싶은 인간이 있다면 죽여주겠어

여자의 신체를 알고 싶다면, 날 좋을 대로 사용해도 돼"

 

"그럼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요?"

 

"응?"

 

"저 쥐... 어떻게 한 겁니까?"

 

쥐를 아까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전 세계에서 그녀밖에 없을 것이다

그저 야생 동물을 길들이는 것도 아닌

아까의 장면은 정말 시즈쿠의 손발 그 자체였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대답했다

 

"나는 말이야, 이름을 안 생물을 조종할 수 있지

하지만 이름을 붙이는 건 언제나 인간이야

이상한 얘기는 아니야

인간의 말로 이름을 붙이는 거니까

인간이 식별할 수 없다면 의미가 없는 거라고"

 

시즈쿠는 한 박자 쉬며

 

"설령 진정한 이름이 있다고 해도, 인간이 아니면 의미가 없어

그 쥐들 한테는 말이야... 내가 한 마리, 한 마리 직접 이름을 붙였어

이름이 없는 생물에게는 내가 이름을 지어주면 되는 일이야"

 

"해제하는 방법은요?"

 

"인간이라면 이름을 바꾸면 돼

그 외의 다른 생물이라면, 음... 자살 정도일까?

한번 이름을 안 생물의 정보는 다 파악했으니까

자살을 시키진 않겠지만 말이야"

 

시즈쿠는 결코 내 이름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것이 그녀의 정성인 것이였다

이름 하나로 여기까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그녀가

이름을 묻지 않는다는 의미는 곧 나라는 존재를 인정한 것이였다

애초에 숨겨달라고 부탁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저 적당히 이름만 듣고, 조종하면 그만인 거였다

 

"...그럼 하나만 더"

 

"말해봐"
 

"저 말입니다... 미사카기와 유우네의 이름 알려줬었죠?

유우네의 힘은...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이였어요

중2병이라던가, 정신병 환자라던가 그런게 아닌...

그리고 당신의 힘... 실은 설명을 받기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아까 유우네가 가르쳐 주었습니다만..."

 

"......그래서?"
 

"그녀석은 당신의 힘을 알고 있었어요

단순한 구경꾼에 지나지 않았던 것 치곤 정보가 매우 깊었고

게다가 케이스케를 사랑했다고 해서

사람을 함부로 죽일 수 있는 사람 또한 아니였어요."

 

물론 광기에 사로 잡혔다면, 충분히 설명할 수 있겠지만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살해 직전, 유우네의 모습

 

"아냐, 아니야! 놔! 놔보라고! 내가 뭘했다는 거야?"

 

"아냐! 모르는 일이야! 야나기마! 살려줘!"

 

죽일 각오는 있어도, 죽임을 당할 각오는 없었다고 하는 것으로

의문을 끝낼 수는 있지만

시즈쿠의 초능력 같은 힘을 본 지금...

나의 뇌리엔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라 있었다

 

"혹시... 유우네를 조종했던 건가요?"

 

 

 

 

 

나나나기 시즈쿠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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