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0장 혼란도시 필로스 편 (35)
8성 연합
자치도시 필로스의 통치자, 필로스 트레이트는 집무실 내에서 자신도 모르게 입술의 안쪽을 깨물고 있었다 그 흰 눈에 비치는 것은, 문장교에서 보낸 한 장의 양피지 그들의 문장이 날인 되어 있는 것을 보면 결코 위서는 아닐 것이다 거기에 새겨져 있는 내용은 필로스 트레이트가 머리 속으로 상상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앞이 보이지 않는 문장교의 협조 또는 도시와 함께 쓰러지던가 지금 여기서 죽든지, 조금이라도 연명하고, 후에 죽든지 자신에게 들이대고 있는 것은 그런 종류의 것이라고 필로스는 생각했다 최악이든 최저든 어느 쪽을 택하든 결과는 같다 문장교의 손을 잡았다고 해서 지금 잠시 위난을 모면할 뿐 대성교의 본대가 이 땅에 다가왔다면 도시 필로스도, 문장교도, 대성교라고 하는 거인의 일격에 쓰러질 것이다..
"어때, 카리아, 내 등을 맡아줄래?" 나는 맨 정신으로 아주 하기 부끄러운 그 말을 카리아를 향해 말했다 그 표정은 마치 나를 바라보는 듯 엷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알겠다, 네가 그렇게 원한다면 이 몸은 지금 이때부터 네 방패야, 루기스" 그러면서 카리아의 은안이 똑바로 나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 눈에 박혀 있던 혹박함이라든지 하는 것은, 어떻게든 사라진 것 갗지만 뭐라고 말해야 좋을까 이번에는 반대로 실로 기학적인 열을 띤, 그야말로 과거 시절에 자주 보던 색이, 눈동자에 떠 있는 기분이였다 젠장할, 너무 너무 나쁜 예감이 드는 군 그녀의 작은 입술이 눈앞에서 다시 한번 흔들렸다 "그래서, 설마 그 말 하나로 끝은 아니겠지 루기스, 날 혀 하나로 굴릴 수 있을 줄 알았냐?" 그리고 순간, 나의 볼..
'와장창' 카리아는 파쇄음이 귓전을 때린 몇 초 뒤에야 자신의 오른손이 통증을 호소하고 잇다는 것을 깨달았다 문득 시선을 내려보니, 거기엔 산산이 부서진 술병과 병의 파편에 찢어진 자신의 피부, 손바닥안에서는 약간의 피를 흘려서, 대지를 핥았다 저리는 듯한 아픔, 그러나 그 아픔도 이런 중요한 일에 집착할 필요 없다는 듯이 그녀는 시선을 다시 루기스로 돌렸다 이 남자는 나에게 뭐라고 했는가 내 손에서 떨어져서 움직여 주면 돼 카리아는 그 말을 회상하며 온몸에 피가 끓을 정도의 열이 싹튼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아름다운 은빛 눈동자를 일그러뜨리고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떨어져서 움직이면 된다... 그게 뭐야 나는 그에게 발버둥치면서, 충성까지 맹세했는데 그걸 네놈은 필요없다는 듯이, 내팽개친단 말인가 ..
왼쪽 어깨, 할아범에게 도려냈던 상처를 신중하게 손가락으로 갖다대었다 닿은 순간에 있었던 것은, 약간의 저림과 육체에서 나는 열 단지, 그것 뿐, 통증은 물론 핏방울 조차 없었다 천막 속에 한숨이 울러퍼졌다 리처드 퍼밀리스, 나의 스승이 휘두른 혼신의 강격은 분명 어깨의 살을 찢고 뼈도 끊어냈을 것이였다 그 영혼도 부술지 모르는 통렬하기까지 한 충격을 분명 이 몸은 받았을 터였다 그런때 지금은 어떠한가 나의 왼쪽 어깨에 난 것은 열상 등이 아니라 살이 묻혀 혈맥이 굳어진 상처 뿐 거무튀튀한 피의 흔적 만이, 그 상처가 새로운 것이란 걸 말하고 있었다 나는 천막 속 의자에 걸터 앉으며, 입을 열고 가슴속에 품어 넣었을, 씹는 담배를 필사적으로 찾고 잇었다 뭐야 이 상황은 이런 특이한 형상은 마법과 이형이 ..
대성교와 문장교가 서로 창을 내밀어 송곳니를 맞물렸던 서니오 평야에서 하룻밤이 지나갔다 그 전투의 결말은 조금씩 마치 파문처럼, 주위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자치 도시 필로스의 집무실 평상시에는 통치자인 필로스 트레이트만이 펜의 소리를 달리는 이 방도 오늘만큼은 분주하게 사람들이 왕래했다 자치도시 필로스는 서니오 전투에서 천 남짓한 병사들을 이용해서 결과적으로 전사자, 탈주자를 포함해서 40% 가까운 수의 병사들을 잃고 말앗다 나머지 병사들은 필로스 트레이트의 지휘 하에, 도시로 귀환했지만 상처가 적은 병사는 매우 적었고, 부상자 수는 아직 정리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많앗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들을 치료하기 위한 약재 전시보상 식량, 구호시설 확보, 보상금 지출 등 사후처리가 뒤따랐고, 그것들이 모두 필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