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0장 혼란도시 필로스 편 (35)
8성 연합
나는 어둠 속에서 눈꺼풀을 벌리듯이 하고 눈을 부릅떴다 검은색으로 물든 지하감옥 안이 내게는 낮처럼 구석구석까지 훤히 들여볼 정도기에 사람을 고문하기 위해서만 만들어진 그런 기구 게다가 쇠사슬에 묶여 꼼짝도 못하는 가운데 단지 늠름하게 눈에 빛을 내고 잇는 필로스 트레이트가 있었다 그녀의 몸의 마디마디엔 머리카락 같은 것이 붙어 잇었기에 그 광경으로,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충분히 잘 알것 같았다 "여기서 죽여라, 아무튼 난 당신 편이 아니니까" 입술을 억지로 벌리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나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 나올 것 같았다 귀에 들려오는 목소리는 문장교 진지에서 들은 소리와는 전혀 다른 듯 했다 뒤따르던 베스타리누 게르아가 바닥에 떨어져 있던 등불을 잡으며 말했다 "루기스 님, 그녀는 아..
나를 깔보는 놈들은, 모두 후회하게 만들며 죽여버리겠다 그런 사상을 처음 떠오른 것은, 언제쯤이엿던가 필로스 트레이트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앗다 매형이 욕심에 젖은 눈동자로 날 겁탈하려 햇던건가 아니면 트레이트 가문에 발을 들여놓은 그때였던 것 같기도 했다 아냐, 어쩌면 철들었을 때, 말을 하진 않았었지만 그런 생각을 품고 잇엇을 지도 몰라 필로스 트레이트의 기억 깊숙한 곳에 있는 것 그것은 눈동자였다. 이쪽을 빤히 바라보는 눈동자 가만히 생각해버니, 나는 줄곧 어떠한 눈동자에 노출되어 왔다 기이한 눈, 모욕의 눈, 호색의 눈 어느 것이나, 마치 자기를 분멸하는 것 같은 상태였음을 필로스 트레이트는 잘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 그런 나를 바라보는 눈동자가 전부 업신여기는 듯한 깔보는 듯한 색을 감추고 있었으..
필로스의 모습을 보고 오겠다 뭐, 고용주에 대한 간단한 선물 대신이야 브루더는 도시 필로스의 뒷골목에 몸을 담그면서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자기혐오적인 모습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고용주의 위기에 뛰어들어가지 못한 한심함 때문일까 아니면 용병으로서 추후 협상을 유리하게 하겠다는 생각 때문일까 브루더는 수중에 장침을 넣으면서 딱딱하게 손가락을 구부렸다 아니야, 나는 도망 갔을 뿐이야 그녀는 자신의 안에서 복잡하게 얽히는 감정의 정체를 단편적이나마 이해하고 있었다 결국 고용주 루기스와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것 뿐이다 그래서 베스타리누처럼 도와주러 갈 수도 없었고 그 후 얼굴을 마주하는 피해서 도시로 도망쳐버렸던 것이였다 정찰 따위의 그럴듯한 이치를 억지로 붙여서 말이다 만나기 싫은 이유도 간단하다 싼 여..
나는 파수꾼의 목덜미에 칼을 대고 입을 열엇다 이럴 때만큼은 보검보다 작은 칼이 편리했다 "오늘 이 거리에 침입자가 온다는 소문은 들었나?" 목의 얇은 가죽을 찢을 듯이 하며 말했다 파수병는 다리를 떨면서, 그런 것은 듣지도 못했다고 전했다 뭐야, 꽤 판단력이 좋잖아 "아... 당신은... 도대체..." "글쎄, 누구라고 생각해?" 나는 굳이 목소리를 무겁게 하며 말했다 나이프를 조금 더 목으로 밀어붙이니 피가 갑자기 파수꾼의 목덜미를 핥았다 심문을 할 때, 섣불리 상대의 물음에 대답해 주는 것은 좋지 않다 순전히 어느 쪽이 묻는 입장이고, 어느 쪽이 따르는 입장인지를 이해시켜주는 것이 심문이라는 놈이 잘 되는 법이였다 파수병은 나의 말에 턱을 튕기듯이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그렇게 고분고분하게 입술을 ..
루기스는 문장교의 영웅이자 자신의 칼이다 그런 엘디스와의 결별을 다짐한 마티아의 가슴 속에는 한 가지의 확신이 서려 있었다 마티아는 엘디스의 얼굴을 직시한 채 숨을 들이마셨다 지금은 아직 그 불타는 벽안 인채로, 엘디스의 머릿속은 분노에 지배되고 있을 것이다 그녀의 반듯한 입술은 금방이라도 불을 뿜을 것 같았지만 아무리 감정이 가슴에 깃들어라도, 그녀는 일단 가자리아의 여왕이였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장교와의 동맹을 파기할 수 있겠는가 마티아는 살짝 눈을 떨면서도, 엘디스의 벽안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가자리아의 엘프들은 서니오 전투에서 동맹 형태로나마 문장교와 함께 대성교에게 활을 쏘았고 우리와 함께 대성교의 신에게 검을 겨누었다 그렇다면 그 대성교 무리들은 결코 원한을 잊지 않을 것이다 가능한 한 무관용하다..
천막 밖에 병사들이 울렁거리는 소리가 났다 한랭기가 들어서서 그런지, 나무들은 생기가 빼앗긴 것 같았다 그 모습이 너무나 흉측하고 가련하게 느껴졌다 모두 슬픈 시대를 다시 맞아서 그런지, 푸른 나무들의 모습은 당분간 보이지 않을 것이다 "루기스가 돌아온 것 같아요" 주위의 병사들이 소란을 피우는 것을 듣고 나서 성녀 마티아는 무거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 음색은 묘하게 신경 쓰는 목소리 같았다 마티아가 마중이라도 갈까요? 라고 말하자 그 말을 묵살하듯 그녀의 바로 앞에 있던 벽안이 빛났다 "아직 얘기가 안 끝났습니다. 성녀 마티아" 가자리아의 여왕 핀 엘디스는 다듬어진 머리카락을 가볍게 펴면서 말했다 그 어조만큼은 무척 친숙했지만 형형한 빛을 내는 눈동자가 쉬운 얘기를 하고 싶은 것 같아보이진 않았다..
문장교 진지 안에 은광이 반원을 그리며 반짝였다 동시에 철과 철이 맞물리는 소리가 퍼졌다 그것은 단지 서로 두드리는 것이 아닌, 틀림없이 전력으로 휘두른 칼이 서로 겹쳐지는 소리 였다 두 자루의 검이 서로 접합하여 주황색 불꽃을 튀긴다 양자의 형세는 순식간에 잡혀서, 한쪽의 검이 쉽게 튕겨졌다 그리고 그것이 아까부터 계속 몇 번이나 반복되고 있었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그것은 훈련이라기보다는 무대의 검살을 보는 것 같다고, 피에르트 볼고그라드는 생각했다 은의 장검의 진수, 카리아 버드닉은 압도적이였고, 아름다웠다 검의 소양 따위는 조각만큼도 없는 피에르트는, 그것만은 잘 알 수 있었다 "다음" 병들을 향해 그렇게 내뱉는 카리아의 모습은 여유로워 보이면서도, 뽀얀 땀을 뺨에 흘리게 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계속..
베스타리누 게르아가 말발굽을 울리면서 입을 열었다 과연, 유창한 교육을 받은 자의 말투였다 아주는 아니지만, 용병의 대장 같은 걸 할 것 같은 그녀의 누나인 브루더와는 크게 달랐다 베르페인 영주 딸로 자라서, 강철공주로 불릴 만 하군 "베르페인의 용병은 싼 물건은 아니지만 그만한 물건 값은 보장해 드리겠습니다, 어떻하시겠습니까?" 베스타리누는 맑은 눈을 뜨고 내게 말했다 그녀의 뺨에 머금고 있는 미소는 부드러웠다 이번에도 그녀라고 하는 인간은 견고한, 말하자면 딱딱하다는 인간으로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지금의 그녀로서는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다 브루더와의 화해가 그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던 것일까 당연히 답은 하나 밖에 없다 나는 입술을 물결치며, 볼을 들어올리듯이 입을 열었다 "당연히 군마를 팔아서라..
그 자리에 있던 자 누구도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필로스 도시병도, 문장교의 도시병도 모두가 자신의 그림자에 가려진 것 처럼, 몸을 움직이려 하지 않았고 단지 조용한 뜨거운 호흡만을 그 자리에서 흘리고 있었다 어쩌면 누구나 움직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누가 날 죽이겠다는 거냐?" 으스스, 미지근한 바람이 뺨을 어루만진다 마치 장부 자체를 차갑게 만드는 듯한 그 목소리 땅을 기어다니는 무언가가, 발끝에서 떨림으로 바꾸어 등줄기를 오르는 듯한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단 한사람, 로조만이 눈을 깜박이고 잇었다 눈 아래에 서 있는 모두가, 저 악덕한 괴물에게 세뇌되고 있다 아니, 정신 뿐이 아니라 영혼까지도 저 괴물에게 잠식되어,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게 되는 거야 이게 무슨 일 ..
본래는 말에 힘이라는 것은 없었다 물건을 움직일 수도 없고, 세계는 커녕 얇은 가죽 한 장도 바꿀 수 없었다 말이란 결국 소리의 나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가, 그런 것에 마음을 빼앗겨 버리는 인간이라고 하는 것은 확실히 존재핶다 피에르트가 그걸 알려줬었나 그렇다면 한번 해보이고 말고 눈 앞에 창을 휘두르는 그들, 도시병은 한번쯤 로조의 말 따이에 머리를 움켜쥔 인간들이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위에서부터 사상을 발라서 하면 된다 그저 쏟아 부은 열의는 악의에 가득찬 열광에 짓눌리는 법이니까 "아르티우스 같은 것이 만능 구제신이라.. 참 옳게 만드는 신앙심이야 멋져, 홀딱 반해버릴것 같은 걸? 하지만 그런 허언이 통용되는 것은, 고작 대성당 뿐이겠이, 로조" 나는 마치 그것이 역연한 사실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