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8장 악덕 왕국 편 (31)
8성 연합
"원군을 기대할 수 없는 우리에게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닙니다 눈을 깜빡일 정도의 시간이라도, 우리에게 짐이 될 뿐입니다 성녀 마티아의 목소리가 대천막에 울러 퍼졌다 문장교, 가자리아 두 세력의 장수들이 그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들의 눈빛에는 어딘가 마티아를 가늠하려는 기색이 있었고 특히, 가자리아의 엘프들에게 그 모습이 두드러지게 포착됐다 뭐, 그것도 당연하려나 마티아는 지금까지 문장교도를 이끌어 왔다고 해서 반드시 전투 지휘관으로서의 재주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였다 게다가, 이번은 지금까지 마티아가 이끌어 왔던 병사들과는 확연히 규모가 달랐다 마티아가 이끌어 왔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지금까지 많아봤자 천 정도 되는 병사들이였다 그러나 지금은 글자 그대로, 수의 자릿수가 달랐다 병력 ..
서방에서 대성교의 이름을 딴 연합군이 용감하게 출격의 징을 울렸고 며칠 늦게 문장교와 가자리아 합동군 또한 본거지인 갈루아마리아를 떠났다 즉 문장교는 갈루아마리아의 대성벽을 자신들의 방패로 삼는 일을 그만 둔 것이였다 그것은 대성교는 물론, 문장교도에게도 예상을 뒤엎는 행동이였다 아무튼 갈루아마리아가 전쟁에서 가장 큰 기능을 발휘하는 것은 방어전이였다 일찍이 마티아가 갈루아마리아를 함락시켰을 때처럼 내부의 혼란이나, 배신이 없는 한, 갈루아마리아라는 도시는 그렇게 간단하게 떨어지는 게 아니였다 그래서 마티아의 결정에는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며 농성책이 최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 문장교의 성녀 마티아와 공중정원 가자리아의 여왕 엘디스는 대병력끼리의 전투에서 적을 타파하는 것을..
"괜찮겠습니까, 엘디스 님" 엘디스는 자신의 시녀 발레트가 한 말에 귀를 팅기며, 준비된 침대로 천천히 걸터앉았다 침대의 감촉은 이상할 정도로 부드러웠고 몸을 묻히면 어디까지나 가라앉아 버릴 것 같았다 국빈을 맞이하기 위해 문장교도가 매우 긴장한 것이 보이는 듯 했다 일찍이 교역도시 갈루아마리아 중에서도 최고위에 속했던 자들이 소유하고 있었던 방이, 가자리아의 여왕, 핀 엘디스에 주어진 방이였다 "괜찮겠다? 그게 무슨 말이야, 발레트?" 엘디스는 커다란 창문으로 갈루아마리아의 야경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 음색은 부하에게 말을 건다기보단, 마치 친구에게 말을 거는 듯한 모습이였다 가자리아와 문장교의 우호를 알리는 식전은 오래전에 막을 내렸지만 아직도 갈루아마리아의 거리는 밝기를 시들게 하지 않고 있었다..
의례대 주변에 모인 시민들의 목소리가 새어나올 때마다 그 목소리가 공기를 가득 떨게 하고, 내 피부를 화끈하게 했다 사람의 목소리란 모이면, 이렇게도 질량을 갖을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이때서야 잘 알게 되었다 "그렇게 영웅으로 태어난 당신에게 두번째 이름... 문장을 드리죠" 의례대 위에서 바라본 채로 있는 나에게 마티아는 그렇게 말을 고했다 순간 목소리가 질량처럼 되어, 온 곳에 울러퍼졌다 시민들의 목소리는 공간을 갈라, 온곳을 기쁨으로 메워나갔다 하지만, 반면에 나에게도 그러냐고 묻는다면, 나는 고개를 숙인채 눈을 부릅뜨고, 볼을 쿡쿡 찌르고 있었다 기다려, 마티아, 나는 그런 말 들은 적이 없다고 이 세상 진리는 탐구 속에 있고 문장이 그것이 가리킨다 그것은 문장교도가 말하는 상투 문구 중 하나 문..
그것은 갈루아마리아라는 도시를 무대로 한 성대한 연회였다 하루하루를 노동에 소비하며, 그저 적은 일당을 버는 것 뿐이라면 이 순간만큼은 한 손에 술을 들고, 남녀노소 다름없이 미소를 짓는다 그냥 축하하고 그냥 노래를 부르기만 해도 순전히 용서 받을 수 있는, 그것이 오늘의 잔치였다 의례, 식전, 동맹합의, 호칭은 분명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여하튼 이 날 문장교와 가라지아의 동맹을 축복하고 영원한 빛으로 남기를 바라는 연회가 열릴 것은 확실했다 누구나 미래에 대한 불안은 있다. 어쨌든 압도적인 세력을 자랑하는 대성교와 여러 국가가, 자신들에게 어금니를 겨누고 잇으니 말이였다 어쩌면 오늘 함께 축하하는 자가, 내일이면 목숨을 잃는 일도 있을 것이다. 전쟁터는 어느새 바로 옆까지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오늘 만..
문장교와 가자리아의 합동식 전야 밤의 장막이 갈루아마리아를 감싸고 부드러운 정적이 세계를 뒤덮고 있었다 그렇다고 누구나가 그 정적의 기분 좋음에 잠기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갈루아마리아 대성벽 상부에서 힐끗 지상을 내려다보니 숨을 쉴 새도 아깝다는 듯 군사와 목수들이 이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아마 내일의 식전에 대비해, 라르그도 안이 어딘가에서 갑작스런 일을 시키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내일 아침이면 분명 적당한 것이 완성될 것이다 나는 담배를 입에 물린 채, 사람들이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대성벽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엇을 생각하는 것도 아닌, 그저 머리를 비우면서 시간을 허송세월하며 보내고 있을 뿐이였다 오늘은 달이 떠 있지 않은 탓일까 이상하게 시야가 어두웠다. "네놈, 혼자서 뭐하는 것이..
"나는 말이야, 등을 보이며 길을 되돌아가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라고 생각해" 수중에서 카드패를 펼치며. 피에르트는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뭐야. 그렇게 손패가 나쁜거야? 그럴거면 그냥 내지 그러면 이쪽도 쓸데없는 흥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구 사실, 내 손패도 그리 좋지는 않지만... "형, 누나랑 대체 무슨 얘길 하는거야?" 우드는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우드, 일찍이 갈루아마리아 빈민굴의 거주자로 나는 형이라고 불러주었던 그는. 지금은 여동생과 함께 벽의 내부에 거처를 마련하고 있었다 마룻바닥 군데군데가 삐걱거리는 방을 보면 과연 훌륭한 거처를 마련하지는 못한것 같지만 그래도 빈민굴에 비하면 충분히 양질의 집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성채 안에 내 방을 갖게 되고 나서도 가끔씩 우드의 집을 찾고 있..
문장교와 가자리아의 합동회의는 일부는 논란을 일으키면서도 종료 자체는 무사히 맞을 수 있었다 원래 문장교든 가자리아든, 대성교에 대항해서 서로 힘을 합치는 것 이외는 아무런 이론이 있을 수 없었고 쉽게 항복을 하자는 것 따윈 논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다음은, 방침을 정해서 이끄는 것 뿐 물론 쌍방간 서로 다른 논점이 있었지만 적어도 큰 틀에서는 문제없이 끝났기에 라르그도 안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단 하나 "성녀 마티아님, 영웅 루기스님의 처우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안은 기록피지 뭉치를 집무실 책상에 올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결국 회의 속에서 그것은 명백히 결론나지 않았다 단지 루기스에 대한, 몇개의 약정과 계약이 체결되었을 뿐 마티아는 자신의 집무 의자에 깊숙이 앉아서 눈을 천천히..
철커덕 철커덕 군화가 말발굽이 소리를 내눈 가운데 누군가 입을 열었다 "리처드 대대장님, 그들이 아직 떠나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리처드는 그를 부르는 부관 네이마르의 목소리에 울적하게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돌렸다 네이마르는 대대장의 행동에 표정이 흐려지면서 그녀도 뒤를 살며시 들여다보았다 시선은 바로 뒤를 따라다니는 부대병들의 맨 끝, 뒤쪽을 향한 것이였다 거기에는 분명히 대성교에 파견된 기사나 병사가 아닌 남녀노소 상관없이 떼지어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의용병 같은 놈들이야, 마음대로 내버려 둬" 리처드는 말의 턱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그렇게 말했다 네이마르는 그 말에 머리 한구석이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좋을 대로 내버려둬라, 그 소리는 아니겠지 그녀, 네이마르 글로리아의 입술이 꿈틀했다. 날..
갈라이스트 왕국 수도에 병사가 진군하고 있었다 많은 군사가 마치 하나의 물결이라도 된 것처럼 움직였다 누구나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다리를 높이 들고 의기양양하게 대지를 밟아 갔다 장병들은 시민의 함성과 열정 덕에 가슴을 들썩이고 있었다. 열광이 갈라이스트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백성, 상인, 귀족, 제후, 성직자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자신의 가슴을 불꽃처럼 타오르게 했다. 굳게 쥔 주먹을 번쩍 들고 성전으로 향하는 병사를 향해 환호성을 울렸다 마치 이때만큼은 평소 그들을 무심하게 나누는 계급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벽이 없여졌다는 듯이 말이였다 그리고 누구나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외쳤다 갈루아 마리아를 탈환하자, 다시 저 땅을, 우리에게 성벽도시 혹은 교역도시 갈루아마리아 동서 교역의 중심이인 그의 땅은 황금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