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최종장 신화혈전 편 (51)
8성 연합
"...다른 인간을 어떻게 할 작정이야 너는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알류에노와 대면 했는데도 나의 호흡은 절망의 구렁텅이에 있었다 거리는 햇빛이 계속 떠 있었고 빛의 기둥이 눈부시게 몸을 빛내고 있었건만 내 시야는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어두웠다 나는 옛날을 떠올렸다 옛날에는 알류에노가 사라졌을 때, 이런 기분을 느끼곤 했지만 현재로서는 알류에노노를 앞에 두고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이제까지 알류에노 앞에서 어두운 생각을 품은 적은 없었는데... 알류에노는 웃고 있었다 그녀는 한 조각의 일그러짐도 보이지 않고 보통 사람이 얻기 어려운 아름다움을 빛내고 있었으며 그리고 악의를 드레스처럼 몸에 걸친 것이 전부였다 나는 침묵한 채의 주위와 등 뒤의 피에르트 보았다 누구나 어금니를..
갈라이스트 왕국 궁전 안쪽에서 벽이 산산이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외벽 일부가 오우후르의 일격에 무너졌을 뿐이었지만 내부에서는 그 충격음이 엄청나게 큰 소리로 들렸다 여왕 필로스가 반응을 안 할 리 없었다 그녀는 옥좌 사이에 여러 문관을 거느리며 눈을 부릅떴다 현재 왕도는 북쪽 그리고 서쪽과 동쪽의 구왕국군의 세력에 포위되고 있었기에 궁궐이 언제 적의 공격을 받아도 이상할 것이 없었디 귀족의 우두머리 비오몽도르는 여러 귀족의 군대와 함께 문 앞에서 구왕국군을 맞이하고 있었다 궁궐 수호는 위병들의 임무이지만 필로스는 순순히 지켜지기만 하는 성격은 아니였다 일찍이 소도시의 영주이면서도 스스로 선두에 서서 군을 이끌었던 그녀였다 겁에 질려 움츠리기만 하는 권력자와는 사뭇 달랐던 것이였다 그런 인간이라면 ..
"영웅 살해" 그것은 오우후르의 원전으로 루기스의 것과는 또 다른 것이였다 루기스가 일깨운 것이 이 세상 수많은 영웅에 대한 찬가와 저주라면 오우후르의 것은 오직 한 사람에게 바쳐진 것이였다 즉, 대영웅 아르티아에게 말이다 오우후르의 그림자가 그 몸에서 원전을 현현했다 언뜻 보면 그건 손바닥에 쏙 들어갈 정도의 칼 같았고 동물의 송곳니로 만든 조잡한 물건이였다 그러나 그것은 심장과도 맞먹는 오우후르의 삶 그 자체였다 "그런 걸 아직도 숨기고 있었나?" "숨기는 일은 내가 잘 하는 일이잖나, 너도 잘 알고 있겠지" 말을 주고받는 두 사람 사이에는 다른 사람을 얼씬도 못하게 하는 연결고리가 보였다 무감정해야 할 아르티아가 이때만큼은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오우후르는 그림자 속에서 흐려질 뿐이었다 기척에 그늘..
아르티아는 빛 기둥을 세우며, 서 있었다 그 모습은 이 도시 모두가 자신의 것이라고 말하는 오만함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사실 이 도시뿐 아니라 대륙 전체가 다 그렇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인간왕 메디크와 보석 아가토스를 상대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것 같은, 강대한 힘 더 두려운 것은 여전히 놈의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녀석은 한 번도, 목숨을 쥐어짜낸 필사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았다 마치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적을 상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긴장이 배어 나왔다 분명 녀석의 전성기, 마성을 굴복시켰을 무렵의 녀석은 아직 깊은 곳에 잠들어 있을 것이다 그런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내 손가락은 순간적으로 마검을 움켜쥐고 있었다 "이제 슬슬 죽어도 좋을 때라고 생각하..
왕도 아르셰 영광과 여행의 상징인 도시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영광이나 몰락을 겪였다 물론 당연히 후자가 훨씬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오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 것은 여기에는 사람을 북돋우기 위한 무엇인가가 있는 것이였다 몇 번 마성의 침공을 받아도 그 빛만은 잃지 않았다 대마 오우후르도 왕도를 내려다보며 지난날의 기억을 건져냈다 그날 오우후르의 수중에 있던 것은 짐승의 송곳니로 만든 칼과 단 한 명의 소녀의 손이었다 그것밖에 갖지 못한 채, 오우후르는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떠났다 오우후르는 그림자에 몸을 띄우며 생각했다 몇 번인가 스스로에게 물었던 것이였는데 그날의 여행은 잘못된 게 아닌가 하는 것이였다 그날 그때 내가 소녀 아르티아를 이 거리에서 데리고 나와버려 세계의 바늘이 이상한 곳으로 꽂혀..
커다란 보석의 열선이 왕도의 하늘을 온통 태워 버렸다 잠시 영웅도 이 전쟁도 잊게 할만큼의 보석이 빛났다 아가토스로서는 전쟁도 남의 인과에도 별 관심이 없었다 마음에 드는 것은 오직 자신의 의지 하나 그러니까 본래 왕도 따위가 짓눌려도 상관없었다 그녀에겐 그만한 힘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도 그녀의 열선이 가옥의 종류를 넘기지 않았던 것은 레우를 생각한 것일 것이다 아가토스는 궁리했다 그녀는 내가 그 짓을 한 것을 안 다면 화를 내지는 않겠지만 슬퍼하긴 할 것이다 그녀 속에 남아 있는 자신의 상이 그런다면 조금 아름다움이 부족하지 않을까 "나는 말이야, 모든 추한 것을 용서할 수 없는 건 아냐 아름다움도 추함도 물질이 가진 것이니 말이야 내가 계속 아름다워진다면,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보다 추한게 되겠..
땅바닥에서 인간의 왕이 서로 옥좌를 다투고 있는 반면 바람과 벼락이 맞부딪치고, 정의와 악이 대립했다 어떻게 보면 왕도는 아수라장이였다 본래 인간의 속성이란 극단적이지 않고 애매하게 흔들리는 법 원래 속성이라는 색칠 자체가 인간의 허무맹랑한 인식에 좌우되기 마련이였다 그러던 것이 이 왕도라는 전쟁터에서는 색이 짙게 새어나와 공기마저 물들이고 있었다 마치 여기서 한 시대를 정해 버리려고 신이 주사위를 던지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나 주사위의 눈을 기다리는 것은 아니였다 오히려 많은 사람이 자신의 생존을 주장하며 이를 갈고 있었다 "결코 군사를 안으로 들여서는 안 됀다! 여기서 물러났다간 왕도가 무너질 것이다!" 언니와 헤어진 베스타리누 게루아는 모든 사정을 파악하지 못한 채 그저 병사들의 ..
인간왕 메디크와 대영웅 아르티아 함께 한 시대를 만들어 인류사에 찬연한 이름을 새긴 자들 역사를 신화로, 전설로 만든 자들이기에 둘의 이름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 이어지곤 했고 때로는 심지어 그들에게 믿음을 심어주기도 했다 수많은 대마를 굴복시키고, 동료들과 함께 인류시대를 만들어낸 아르티아 그러나 마성의 세계에서, 인간세계의 길을 개척한 것은 메디크였다 그는 무기라는 말도 없던 시절 혼자서 마성과 맞붙어 승리를 거듭했다 서로 다른 시대에 살았던 영웅이자 인류의 주춧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이어지곤 했다 누가 더 강하고 위대한가? 결코 실현될 리 없는 역사 속의 헛소리 호기심 가득한 자가 상상을 부풀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 둘이 왕도 아르셰에 있었으니... "초월 묘기, 정령 살해" ..
아르티아의 기색이 등을 꿰뚫었다 숨조차 쉬기 어려울 정도의 위압감 정신까지 꿰뚫어보는 듯한 기색 프리슬라트 대신전에서의 때보다 더 무시무시한 존재감을 느낀 것 같았다 샤드랍트는 그녀가 왕도에 들어오면 그것으로 끝난다고 했다 이곳이야말로 놈의 신전이라고 말이다 나는 나도 모르게 어금니를 세게 물었고 마검을 쥔 손끝에 땀이 배었다 젠장할, 누군가의 기색을 살피는 짓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 도움이 된 적도 없지만 지금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아르티아의 기색이 이제 왕도 안에서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성이 말했다 바보같은 구왕국군의 군세는 아직도 왕도 밖에서 발이 묶여 있을 것이다 그 녀석은 아직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그러나 본능이 말했다, 적은 곧 거기에 있다 게다가 귀찮은 일은, 그것을 느끼고 있..
시간을 잠시 거슬러 올라가서 천둥과 바람이 그 용맹을 서로 겨루고 있던 시간 대문을 가로지른 성벽 위 불길의 폭풍우 속에 두 사람이 있었다 황금의 대영웅과 죄인인 대악이 마주앉아 서로 칼을 겨누고 그곳에 있었던 것이다 이 세계에서 그들은 세 번째 대치라고 할 수 있을까 함께 서로를 죽이고, 때로 죽으면서도 다시 만난 것이였다 마치 하나의 각본이 그들을 이끌기라도 한 것처럼 그들의 과정은 얽혀 있었다 헤르트 스탠리가 선명한 두발을 바람에 맡기고 호속으로 백금의 검을 뽑아냈다 자세에서 나타나는 속도와 그 자세에 이르기까지 철두철미가 완성된 검의 섬광을 지니고 있었다 검의 도리를 아는 자라면 한숨조차 내 쉴 지경 따라잡을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고 단지 그 아름다움을 만난 것을 감사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