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 (674)
8성 연합
"기분 나쁜 꿈이었군" 은빛 눈동자는 악몽에서 벌떡 깨어난 후 숨을 크게 몰아쉬고 있었다 무서운 꿈이었다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대로 얼어 버릴 것만 같은 꿈 살갖이 차가워진 채, 그대로 영혼이 잠들어 버릴 것만 같았다 어렸을 때부터 그런 꿈을 꾸었을 때는 반드시 검을 쥐었다 검만이 자신을 용기를 북돋워 주었고 자부심을 갖게 해주었기 때문이였다 한 번 또 한 번 자신의 마음에 그린 궤도를 검이 따라갈 때마다 나쁜 꿈의 기색은 사라지곤 했다 검술의 열과 심장의 두근거림이 몸에 생기를 되찾아 주었다 그래서 어떤 때에도 검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였다 처음으로 동년배에게 패배한 날도 남동생이 태어나 아버지를 포함한 모두의 흥미가 자신에게서 사라진 날도 카리아 버드닉은 검을 움켜쥐고 있었다 "나는 검술 ..
이해란 그 현상을 지배하는 것이다 힘을 완전히 아는 자는 힘을 지배하고 불꽃을 아는 자는 불꽃을 지배한다 그렇다면 나는 행복을 아직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알류에노는 생각했다 알류에노에게 있어서 행복은 언제나 도망쳐 버리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부모는 그녀를 우물에 버려버렸기에 보편적인 행복은 상실했다 고아라는 신분을 얻고서 얻게 된 행복은 어느 정도 였던가 "아하하하하" 그런 게 있었을리가 처음 보살펴 준 언니는 어느 날 창관 앞에서 쥐처럼 죽어버렸다 생활비를 보내준다는 오빠의 편지는 반년도 못 돼 끊어졌다 양부모인 나인즈조차 머지않아 자신에게 손을 내밀 수 없게 되었다 고아라는 신분으로 얻을 수 있는 행복은 다음날 사라질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그래서 고아들은 머지않아 둘로 분류되게 되었다 지금만의 가냘픈..
피에르트는 신음 소리를 내며 손가락을 움직 였고 검은 머리카락이 호응하듯이 마루에 닿았다 조금만 움직여도 몸이 삐걱거렸지만 손끝의 감촉에 현실감이 있었다 조금 전처럼 허공에 떠 있는 느낌은 없었다 "……" 피에르트는 눈동자를 작게 뜨고 몇 번이고 목을 울렸다 흠... 발성에 문제는 없고 마력도 몸을 순환하고 있다 그렇다면 몸이 아무리 아파도 마법사로서는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꿈꿨던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피에르트는 답을 얻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있을 수 있는 모든 가능성 중 하나 마법에 의존하고 부서져버린 나 있을 수도 있는 기억의 거품 말 그대로 거품처럼 사라져 버렸지만 그래도 마음에 남는 건 있었다 부서진 인간이기 때문에 도달한 것이였다 어쩌면 당연했다 그 기억 속의 나는 그것만을 믿고 있었을테니까 "미..
만약 갈라이스트 왕도 아르셰의 현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낸다면 한 국가가 망해가는 정경이 갖가지 색상으로 그려질 것이다 구왕국의 군세는 광신에 물들면서도 정연하게 왕도를 포위했다 하지만 왕도세력도 이에 굴하지 않고, 맞서고 있었다 그들을 고무하는 것은 새로운 왕국에 대한 충성과 영웅의 불패 신화뿐 물자는 부족하지 않았지만 지칠 줄 모르고 쳐들어오는 군세는 정신을 강렬히 내동댕이치게 했다 그렇지 않아도 방어전이라는 것은 마음과의 전쟁이니 말이다 말하자면 돌격은 병사들에게 편했다 소리를 지르고 무기를 휘두를 뿐 참을 필요는 없고 두려움도 사라지게 해주는 격이였다 하지만 방어를 하게 되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의 공포를 이빨로 깨물면서 의무를 다해야 했다 이웃 사람의 머리가 화살을 맞고 뚫리는 가운데 가만히 ..
루기스와 성녀 아뤼에노의 결투는 뭔가 말로 표현하자면.... 동떨어졌다고나 할까나 한쪽은 오른팔의 감각을 잃은 빈사의 모습을 한 반면 나머지 한 쪽은 상징적인 옥좌를 얻은 완전한 상태 더 나아가 지금 이 때에도 변동을 계속하는 왕도는 알류에노에게 온 힘을 쏟고 있었다 그 힘은 더 이상 누군가의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있는게 아니였다 그녀가 삼킨 대영웅 아르티아는 말장난이 아니라 틀림없이 이 세계에 군림한 것이였다 수많은 대마들을 엎드리게 하고 마족을 좌지우지하며 마수를 구축한 대마의 왕 대지를 비예하는 시선마저 물질을 능가하는 양상을 띠고 있었다 "신위의 검" 알류에노의 손바닥 위에서 한 자루의 검이 펼쳐졌다 왕도 앞에서 아르티아가 보여준 칼보다 경이로움을 더하는 듯했다 신앙과, 신전과, 원전 삼위를 일체..
옥좌 사이 나와 알류에노노 이외의 그 누구도 일어서지 않은 공간에서 나는 마치 내뱉듯이 입을 열었다 "그래... 싸움을 계속할까, 알류에노?" 모든 게 끝나기 전에 자신을 말리면 루기스 승리 멈출 수 없으면 나의 승리 알류에노가 한 말이 귓가에 쟁쟁했다 그녀는 궁궐 앞에서 만났을 때와 다름없는 녹을 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지난날 이 왕도에서 함께 지내던 때와 다름없는 천진난만함 뺨은 홍조를 띠고, 웃는 얼굴은 터질 것 같았으며 눈동자의 빛은 상대를 매료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 다른 점이 있다면... 피투성이가 되어버린 채로 웃고 있다는 것... 알류에노의 손에서 흘러내린 것은 아가토스인걸까 마인의 생명력만이 아직 그녀를 살리고 있지만 벌레의 숨소리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카리아와 피에르트, 엘디스 게다..
눈동자를 뜨고 손끝의 감촉을 몇 번 확인했다 몇 번을 확인해도 오른손의 감각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팔 자체를 잃어버린 것은 아니지만 마치 오른팔의 영혼만 멸망해 버린 것 같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그 이유는 바로 떠올릴 수 있었다 바로 옆에 마검과 헤르트 스탠리의 백검이 엄숙한 모습으로 놓여 있었던 것이다 그래, 나는 오른팔을 희생해서 둘도 없는 전우를 다시 잃어버린 거였어 몸을 움직이니 오른팔 이외의 감각은 무사했다 곳곳의 자국을 보아하니 아마도 피에르트와 엘디스의 소행일 것이다 카리아는 서투르지는 않았지만, 조금 난폭했군 주위에 그들의 모습은 없었다 그저 조용하게, 나 혼자만 있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이건 그녀들이 나를 배려한 것일까? 아주 제멋대로군... 하지만 나도 할 말은 없는 것 같다 나는..
목덜미로 떨어지는 도끼에 살의가 엄습했다 브루더는 자신의 끝과 악의는 의사를 상실한 자에게 가장 강한 것임을 확신했다 깊고 깊은 절망에 빠져드는 감촉이 느껴졌다 그것은 마치 기분 좋은 잠과도 비슷해보였다 하지만 눈꺼풀이 떨어질 뻔한 순간 기억에 없는 기억 속에서 브루더는 무언가를 보았다 지금과는 다른 세상이지만 부모도 여동생도 잃어, 외로운 나에게 단 한 명의 친구가 있었던 것이였다 그 녀석은 언제나 남을 깔보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도 변변치 못한 주제에 이렇게 말했다 "가자고 브루더 실패했다면 어쩔 수 없는 거고 잘 됬다면 좋은 사슴고기라도 먹으러 가자고" 브루더의 다리가 후들거렸다 아 그렇구나... 그 쪽 세상에서도 너는 나에게 가까이 있어 주었구나 두 다리에 혼신의 힘이 심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
생애란 경험과 기억을 하나로 묶는 것 실제로 눈과 귀로 듣고, 피부로 느끼고 혀로 맛보고, 인생의 향기를 맡는 것으로, 누구나가 생애를 만들어 간다 그 경험과 기억이야말로 스스로를 일어서게 하는 동력인 것이다 하지만 만약 믿어야 할 자신의 과거 속에 이물질이 빠져들었다면 과연 그 사람은 일어설 수 있을까 "애초에 뭐 우리가 그렇게 친한 편은 아니지만 말이야 그저 서로 우연히 옆에 있게 된 것일 뿐이지" 루기스가 내뱉은 말은 들어보지도 못한 냉담한 목소리였다 만났을 때의 인상에 약간 가깝긴 하지만 이렇게 적의를 드러낸 눈동자를 본 적이 피에르트에게는 없었다 왠지 다가서면, 목덜미를 뜯길 것 같았다 무섭고, 슬프고, 떨리기까지 하는 기억 그런 루기스를 향해 내가 아닌 피에르트가 말하는 것이였다 그만해, 말하..
알류에노... 아르티아의 몸이 갈라이스트 옥좌에 당도했다 그것으로 족할 것이다 그 사실만으로도, 이 땅은 자신의 주군을 떠올릴 것이다 누가 이 땅을 발흥시키고 누가 찬란한 문명을 일궈냈는가 누가 이 대륙에서의 패권을 인류의 수중에 넘겼는가 인류신화 아르티아 신앙의 중심지인 왕도는 주인을 맞이하여 본래의 모습을 떠올렸다 왕도는 제도로 돌아가고 시대의 톱니바퀴는 거꾸로 갈 것이다 황금빛 눈동자가 아름다운 색채를 띠었다 "......용이, 거인이, 정령이...." 그녀의 입술이 발하는 것은 노래의 한 구절 현대에는 상실되어 전해지지 않았던 마법이 알류에노의 체구를 거쳐 부활하고 있었다 오래된 노래, 신화 시대의 인류가 지었던 시 ".....사랑스러운 너의 아이를 유괴해 갔노라 너의 아이를 먹고 짓밝고, 뭉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