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6장 동방 원정 편 (64)
8성 연합
마스티기오스와 도하스라 사람과 짐승이 모두 목숨을 잃으며 마인과 맞서는 가운데 구릿빛 용 샤드랩트는 그 모습을 멀찍이 바라보며 뒤쪽에 서서 속삭였다 "쥬네르바는 이미 충분히 무리하고 있어 그렇다면 이곳은 그냥 상황을 멀찍이 보는 게 제일일 거야 너도 인간에게 맡기고 여기서 일단 물러나도록 하자" 샤드랩트는 루기스의 양 어깨에 손을 얹고 입을 움직이였다 실질적으로 그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당연히 그녀도 몰랐지만, 예측은 할 수 있었다 어쨌든 그는 이제 마인 그렇다면 그 사고는 마성에 의할 것이다 인류가 싸우게 하는 것은 그들의 존엄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거기에는 이기주의적 타산이 담겨 있을 법도 하다 대마 브리간트에 대해서는 복종이냐 도주냐밖에 없다는 점 그렇게 현명하다면 여기서 물러날 줄도 알고 있을 ..
거대한 태양이 사람의 피부를 내리쬤다 누군가 땀을 흘리며 물기를 구하듯 혀를 움직였다 그 단계에 이르러서야 겨우 깨닫기 시작하는 자가 나왔다 눈의 시대인데, 이상하게 뜨거워... 문득 상공을 올려다보니 거기에는 당연하다는 듯 앉은 눈구름과 그것을 녹이는 위대한 햇빛이 진좌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은혜를 베풀어야 할 빛 하지만 그것도 너무 가까이 가면 독이나 다름없었다 태양을 만난 자의 말로는 언제나 정해져 있다 파괴적인 최후인가, 괴물이 될 것인가 사람들이 뜨거움에 신음하는 소리를 내면서 천천히 그 태양은 대지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물이 증발하고 살갗이 타기 시작핬다 하지만 이것이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라는 것은 생각할 필요도 없었는데 하늘이 혹독한 면모를 보이는 동시에 대지에서도 위협..
구릿빛 용 샤드랩트를 짊어지며 마인 루기스는 뺨을 허물고 미소를 지었다 그에게는 보기 드문 솔직한 표정이었다 "잘봐, 인간도 할 수 있는 거였잖아?" 마인과의 투쟁은 멀리 보이는 것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알 수 있었다 마도장군 마스티기오스는 마인 쥬네르바를 짓눌렀다 도하스라가 조력에 가담한 것은 뜻밖이었지만 무언가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인다는 것도 힘의 하나 "그런데 샤드랩트, 예전의 동료였던 네가 보기에는 어때? 새대가리는 쉽게 죽을 패거리일 것 같아?" 루기스는 팔꿈치를 괴며 물었다 그의 등에 숨고 어깨 너머로 앞을 보며 샤드랩트는 화답했다 키 큰 샤드랩트가 앉은 루기스에 숨어 있는 것은 기묘한 광경이었다 "대단해, 정말 대단해 하지만 저 정도로 죽는다면, 쥬네르바는 수 없이 죽었을 거야 놈은 불사성이 없..
마스티기오스의 굵은 손끝이 쥬네르바의 목을 감쌌다 다만 거구의 그라도 여전히 움켜쥘 수 없을 정도로 새의 덩치는 컸다 마성과 인간의 가장 현저한 차이를 꼽는다면 그것은 체구 근본적인 생물로서의 격차였다 인간의 모험자나 군인이 어떻게 단련하든 마성의 신체적 능력을 당해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차이를 메운 것은 무엇일까 무기도 하나의 답이지만 완벽하지는 않은 답이다 그것은 인간이 마성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 냈지만 승리는 없었다 인류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단 하나 약한 자에게 존엄을, 굶주린 백성들에게 행복을 인류 영웅 아르티아가 노래한 마법이야말로 인류 패권의 근원 그렇다면 마법이란 마를 죽이기 위한 것일 것이다 자신이 마법사로 태어난 것은 지금 여기서 마를 죽이기 위해서였다고 마스티오스는 그렇게 믿었..
독극물 마인 쥬네르바와 마도장군 마스티기오스의 일대일 대결 크게 본다면 이 지경에 이른 것만으로도 인류에게는 기적에 가까웠다 아무리 용자 영웅이라 해도 만반의 상태로 마인에 이르기는 어렵다 본래 마인에는 수만이 넘는 마수마족 많은 부하들도 대기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보통사람은 돌파하지 못하는 법이였다 하지만 용자는 모든 것을 죽였다 마수와 마족, 권속들도. 용자만이 이 일을 해냈다 물론 수 많은 피웅덩이와 시체들을 뛰어넘고 소모된 몸과 체력으로 마인을 상대한 사람은 수두룩하다 파수꾼 발레리 브리트니스라는 자도 그랬다 일찍이 그녀는 마의 시체 더미를 쌓고, 대마와도 대적했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녀는 어디까지나 인간이었다 인간에게는 체력이라는 개념이 있었고 그녀도 결국은 마인을 당해낼 수 없었다 그래서 영걸이 ..
오늘은 햇빛만이 비치는 눈으로 뒤덮인 하늘 가운데 볼버트 수도만 내려다보듯 유난히 가까이 태양이 그 몸을 드러냈다 햇빛을 받은 독극물 쥬네르바는 날개를 펴고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사람과 마의 무리와의 투쟁이 거기에 있었고 서로 목숨을 주고받는 송곳니와 창의 분격이 모여있었다 하지만 하늘에서 보면 모두 작은 것 하품이 나올 것만 같았다 전장 특유의 음악도, 오랑캐 소리도 닿지 않았으니까 하늘은 좋군 하지만 사실 쥬네르바는 그렇게 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늘은 싫은 것을 상기시키니 말이다 지난날, 이 하늘 모두가 자신의 것이었으니까 태양처럼 군림하며 바람으로 대지를 어루만지던 그날들 신앙과 힘을 내 것으로 했던 영광 지긋지긋한 향수가 쥬네르바의 마음을 스치고 있었다 그러니 가능한 한 날개를 펄럭이..
- 태양이였던 자 "그래서 놈은 어떤 권능과 원전을 가진 마인이죠? 도시 하나 정도 독을 내뿜을 수 있다는 건 잘 알겠습니다만 마인이라고 그것이 다 인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마안수 도하스라가 턱을 내밀고 의구심을 드러내며 말을 내뱉었다 구릿빛 용 샤드랩트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큰 눈동자가 그녀에게는 왠지 부담스러웠기에 말이다 마안의 본질은 추궁 마안은 상대의 본질을 역겨울 정도로 드러냈다 샤드랩트 같은 정체를 가리고 싶은 마성에게 이보다 더 거추장스러운 존재는 없었다 그러니까 너무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어디까지 말해야 할까 하고 샤드랍트는 가볍게 목소리를 신음하며 머뭇거렸다 쥬네르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좋지만 결과 적으로 그들... 루기스가 놈을 ..
보석 마법 사람들은 레우가 이루는 행동을 그렇게 불렀다 생물을 보석으로 변화시키고, 보석을 다시 생물로 변화시킨다 아름다움마저 느끼게 하는 그 현란한 마법이 설마 마인의 권능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레우의 손아귀에서 굴러 떨어진 수백 개의 보석이 그 자리에서 병사로 모습을 바꾸어 갔다 병사들은 한순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곧 그 자리에서 대열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마법을 걸기 전에 카리아의 설명을 들었지만 설마 이런 순간에 이동을 할 수 있는 물건이라고 그들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 그들로서는 이 이동이 순식간일 거니까 보석은 시간마저 초월해 그곳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기록하고 보관하고 봉인한다 보석이 된 존재는 일체의 퇴화를 하지 않고 말이다 권능을 빌린 레우라면 그렇게 오랫동안 보관하기..
인류군 좌익 카리아가 이끄는 문장교병 3000병이 창을 들고 진을 이용해 마군과 상대하고 있었다 밀려든 수많은 창들이 떼지어 모인 뱀처럼 마수의 강인한 피부를 잡아먹었다 계속 출혈이 일어나고, 거구의 마수가 크게 울면서 절명했다 철의 은빛이 햇빛을 반사해 한순간의 반짝임을 전쟁터에 쏟아냈다 루기스를 따라다니며 전쟁을 반복한 이들은 모종의 익숙함과 노련함이 있었다 그것은 마수의 광포성에 대한 익숙함 인간 이상의 강자에 대한 다루기의 능숙함 네 발로 기어가는 마수는 주로 시선이 정면으로만 가기 때문에 허공에서의 위협이 매우 약했고 반면 두 발로 뛰는 마수는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마군은 대부분 인간과 달리 무기를 지니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몸집와 마성이 가장 큰 위협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였다..
볼버트 수도의 베핌스 산 지금 거기에 전설은 있었다 검은 윤기가 흐르는 비늘에 거인조차 부수는 송곳니와 발톱 우람한 양날개는 하늘 그 자체를 뒤덮는 듯 했다 천성거수 브리간트 용의 왕이자 거인왕, 정령왕과 나란히 선 대마의 한 기둥 하지만 지금 여기 있는 몸은 단지 빈껍데기였다 일찍이 아르티아는 그의 심장을 부숴 이 몸에서 마력과 영혼을 박탈했다 지금은 호흡을 하고 마력이 쌓이면 그저 인간에 대한 증오만하며, 움직일 만한 의지 없는 존재 그것의 앞에 서서 톱니바퀴 라브르는 양다리를 어깨넓이로 벌렸다 자신감이 넘친다기보다는 당연한 일을 하겠다는 눈치였다 인형과 같은 용모는 더욱 곱고 아름다움이 넘쳤다 양손으로 안아 올려지고 있는 것은 긴 검은 머리의 여성 그 몸 그 자체가 마력의 핵이 된 피에르트 라 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