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6장 동방 원정 편 (64)
8성 연합
"모두가 당신을 찾고 있어, 루기스 안 가도 되겠어?" 홀쭉한 몸을 안락의자에 맡기면서 엘디스는 손가락 끝을 가볍게 문질렀다 그 푸른 눈은 창밖에서 왕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시선 끝에는 위병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일 것이다 나는 어깨를 움츠리고 나서 담배를 입술에 갖다댔다 "필로스 녀석이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한 탓이야 진정 될 때까지는, 좀 숨겨줘" 엘디스는 비웃듯이 웃음을 지었다 어라? 필로스가 엉뚱한 짓을 한게 맞지 않나? 납득이 가지 않았다 "하긴 갈라이스트 왕국에서의 신분도 없고 군인으로 소속된 전력도 없는 젊은이를 원수로 하는 건 말이 안 되지 반드시 반발이 나올 것이고, 그리고 나도 화가 났어 너는 나의 기사지, 갈라이스트의 원수는 아니야" 하지만 하고 말을 끊고 나서 엘디스는 다시 창밖으로..
갈라이스트 왕국 왕도 아르셰 마인에 의한 함락으로부터 부흥을 이뤄 다시 흥륭을 맞이하고 있는 이 도시는 오늘날 환호성으로 가득했다 남자들은 술을 마시며 짐을 나르고 여자들은 꽃다발을 들고 맞이했다 음악이 가도에 울려 퍼졌고 화가들은 앞다퉈 붓을 들었다 오늘은 공주 필로스의 친정군 및 영웅 루기스가 이끄는 선발군의 귀환 바로 개선식이 열리는 날이였다 도시 전체가 성대한 축하회장이었다 구름같이 사람들은 모여, 새로운 시대의 조짐을 기뻐했다 한번은 무너졌던 갈라이스트 왕국이 이제 영광을 되찾아 동방 원정을 이뤘다. 영웅은 칼날 아래 대마를 내리쳤고 공주는 원수인 볼버트군을 유리한 조건으로 동맹국으로 삼은 것이였다 이것을 성공이라 하지 않고서 무엇이라 할 것인가 공주 필로스는 검은색 군복을 입은 채 민중의 환호..
흐르는 듯한 모습으로 양피지에 단어와 이름이 적혀 갔디 기록된 이름은 성녀 알류에노 그 이름이 의미하는 바를 읽은 엘디스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래, 그 얘... 참 골치아픈 놈이로군" 엘프국가 가자리아의 여왕 핀 엘디스는 그 이름을 적으며 노래하듯 불렀다 이름을 듣고 생각나는 것은 프리슬라트 대신전의 그 괴물 신령 아르티아라고 하는 이물질 엘디스 역시 그 모습을 슬쩍 훔쳐봤다 존재 자체가 실수 같은 상대였다 원래대로라면 가장 관계가 되고 싶지 않은 상대이지만 하지만 그 상대가 루기스의 연인이라면 별개일 것이다 하필이면 뭐 저런 걸 좋아하다니 그 답다고 하면 그 다울지도 모르지만 그 사실을 엘디스는 루기스의 입을 통해 직접 들은 것은 아니였다 엘디스가 진좌하는 루기스보다 훨씬 먼 갈라이스트 왕국이..
곤혹과 두통이 머리를 덮었다 그것은 분명 목구멍으로 넘어간 술 때문이 아니라 눈앞에 있는 성녀의 말이 먹혀들었기 때문이였다 약혼을 하죠, 저랑 당신끼리 아픔을 참지 못하는 머리로 그녀의 말을 되새겼다. 그게 무슨 뜻이냐고 다시 물어볼 정도로 나는 대담하진 않았다 손을 잡은 마티아의 손끝이 부드러운 감촉과 열을 전해왔다 마티아의 눈동자는 이것이 술자리의 농담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었다 나는 다시 생각했다 마티아는 이를 정치 이야기라고 불렀다 결국은 정략결혼을 하지 않겠느냐는 권유인 셈이였다 다국가 간의 다툼이나 다툼을 피하기 위해 내가 문장교 소속임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것... 정치 이야기... 나는 입술을 깨물면서 미간을 찡그렸다 바보 같으니, 설마 그럴리가? 마티아의 손을 되잡았다 생각해보면 그녀의 손..
간신히 일단락됐다 성녀 마티아는 볼버트 왕조에 주어진 객실 중 하나에 몸을 맡겼다 요즘 너무 바쁜 걸 볼버트의 어린 공자 대관 화목과 협동 선언의 발포 그 외의 통상 협정이나 향후 방침의 결정까지 정식 결정과 문서 서명에 이르기까지 밤을 꼬박 새웠다 마티아의 표정에는 피곤한 기색이 완연하고 화장으로 가리고는 있지만 짙은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국가와 국가간의 결정치고는 원활히 진행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볼버트 왕조라는 국가가 당연히 협상에 사용할 체력을 상실했기 때문이였다 전면 항복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들이 갈라이스트 왕국의 주장을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 많았다 그 점이 화근이 되지 않도록 손을 잡는 게 마티아의 역할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 점에 있어서도 루기스라는 이름의 효력이..
기록피지에 문장들과 이름이 기록되고 있었다 글씨체는 서로 달랐지만, 그 무게는 변하지 않았다 누구나가 자신의 서명을 써넣고 있었다 아무튼 역사상 공식적으로는 처음이라고 할 수 있는 갈라이스 왕국과 볼버트 왕국의 화목 및 협동 선언문 서명이다였다 틀림없이 역사에 남을 일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거기서 쓰는 실수를 해 버리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는 것은 통상의 일일 것이다 궁궐 내의 웅장한 귀빈실에서 서명식은 거행되고 있었다 먼저 깃털펜을 잡은 사람은 공주 필로스 다음으로 볼버트 왕조의 어린 군주 두 사람의 서명이 끝나면 성녀 마티아와 마도장군 마스티기오스를 비롯한 고위 관리들의 이름도 그 아래에 이어졌다 그 이름을 올린 전원이, 문서의 증인이 되는 것이라고, 피에르트가 말했다 맹약이나 선언이라는 것은 이러한..
그것은 우연이었는지 아니면 의도적인 유도였는지는 알 수 없다 발레리 브리트니스가 마지막 마성의 목을 쳤을 때 그 사나이는 바로 등뒤에 있었다 평소에는 사나운 짐승 같은 존재감을 발하는데도 싸움터에서는 묘하게 기척을 죽이는 괴상한 남자였다 사내는 창에 두 손을 기어가며 달아나는 마성의 무리를 노려보며 말했다 "오우, 브리트니스 정말 좋은데?" "이 녀석... 기사라면 솔직하게 말해라" 발레리를 쳐다보며 가르라스 가르간티아는 쓴웃음을 어깨에 보였다 좋다는 것은 그야말로 말 그대로 발레리든 가르라스든 성녀로 임명된 수호자이자 군 지휘관이였디 몇 개 무리를 소탕했다고는 해도 마음대로 자리를 떠나도 되는 신세는 아니였다 결국 가르라스가 일부러 여기에 있다는 건 뭔가 일이 있어서 그런 것일 것이다 발레리는 자신도 ..
나는 볼버트 수도에서 말을 달려 고삐를 당기며 시선을 올렸다 마군의 행군으로 인한 영향 때문인지 가도는 거친 모습을 보였지만 말 몇 필을 달리게 하는 정도면 충분한 넓이를 갖추고 있었다 가도 끝에는 갈라이스트와 문장교 연합군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벌써 꽤 수도 근처까지 행군을 마친 것 같았다 문득 카리아가 흘러내리는 은발을 곁눈질하며 입술을 튕겼다 "뭐, 그렇게 강하게 말할 필요는 없지 않았어? 괜찮잖아, 사자 정도는 말이야, 어짜피 이야기 하러 가는 거니까 말야" 방에서의 마스티기오스와의 일막을 눈에 떠올리며 말을 쏟아냈다 비록 타국이라고는 하지만 평소에는 그러지 않을 정도로 카리아는 언어가 날카로워 있었다 카리아는 고삐를 움켜쥐고 호들갑스럽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서 너는 안 되는 거야, 자..
"마군을 쫓고 있다면, 우군 아닌가?" "하지만 우리 사신을 돌려보내고 있습니다 심지어 문서 하나도 받지 않으려고 합니다 기회를 틈탄 침략일 수도 있습니다 방위의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부관 에일린의 보고에 마도장군 마스티기오스는 입술을 굳게 다지며 손가락으로 책상을 세게 두드렸다 수도에 육박하는 갈라이스트 및 문장교 연합군 2만 국내는 안정되어, 장비도 보급도 충실하고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숙련도도 높을 것이다. 마군과의 전쟁으로 다할 수 없는 격전을 치른 뒤의 볼버트군에게는 도저히 싸울 수 있는 상대는 아니였다 위용을 자랑하던 정예 마법장갑병의 부대는 대부분 와해됐고 마법수병도 대부분 사라진 뒤였다 이제는 군 체면이 안 서고 영토를 건너오는 연합군을 척후하는 시늉만 낼 정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공..
볼버트 왕조, 수도 공방전 인류와 마군과의 전역으로부터 2주일이 지났다 대마 브리간트가 눈을 뜨고 독극물 쥬네르바와 톱니바퀴 라브르의 협공으로 한 번쯤 잃어버린 수도는 지금 다시 인류의 수중에 돌아갔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원래대로 될 수는 없었다 수도의 대부분은 전역에 의해 파손되어 부흥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고 많은 귀족 마법사나 관리들이 처형되어 수도는 더 이상 행정부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었다 쥬네르바와 킬의 손에 의해 불태워진 마을은 복구되기는커녕 피해규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군주는 마성에 의해 처형된 채 어린 공자 자리 계승 의식조차 치르지 않았다 볼버트 왕조는 이제 국가로서의 체면을 지키는 데 급급한 상태였다 해야 할 일은 얼마든지 있었다 "루기스 공은 아직 깨어나지 못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