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6장 동방 원정 편 (64)
8성 연합
볼버트 수도 공방전 그 마지막은 인류와 마군의 전역 전체를 내다봐도 여전히 이야깃거리가 될 정도로 가차없었다 각 군 부대장들이 일선에 서서 적에게 직접 지팡이와 칼을 휘둘렀다 크고 작은 차이는 있었지만 상처 입지 않은 장병은 더 이상 없었다 예비병력은 토해내고 부상자 회수조차 어렵웠고 이제는 부상자라고 부를 수 없게 된 병자가 데굴데굴 땅에 뒹굴고 있었다 마군의 공세는 극도로 치열했고 바로 전장은 지옥의 양상을 띠고 있었다 마수에게 팔을 물어뜯긴 자 마조가 토하는 불길에 피부를 잃은 자도 있었ㄷ 지평이 밤을 끌고 와도 여전히 공세는 그치지 않았다 도시 내부의 에일린은 목이 멜 정도로 한 팔을 흔들었다 자유롭지 못한 팔을 꼭 잡아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살아있네 에일린, 운이 강한 걸?" "하인드. 당신보다..
"아가토스... 무엇을 하려는 거야?" 감정을 떨쳐버린 레우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그녀는 보석을 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함께 있으면서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그녀 반짝임이 끊이지 않는 진홍빛 머리카락에, 거드름을 숨기지 않는 눈동자 사지의 손가락 끝에 이르기까지 그녀는 완벽했다 흠잡을 데가 하나도 없는 미의 화신이 거기에 있었다 하지만 아가토스는 어둠 속에서 그저 서 있었다 곁에 있는데도 그녀는 왠지 존재가 희미하게 느껴졌다 마치 앞으로 정말 사라지기라도 한다는 듯이 말이다 "뭐하는 거야 너? 어서 가! 인간의 짧고 자그마한 생에에 뒤돌아볼 여유가 어딨어? 너희들은 언제든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을 거야 과거에 빠져드는 것은 나 같은 오래 사는 자의 특권이라고" 아가토스가 말을 돌리려는 것은 뻔했다 그..
녹아버릴 것 같은 멸망의 맛 브릴리간트는 그것을 혀로 차면서 무너져가는 시야를 느끼고 있었다 지면이 천천히 일어서기 시작해 가까이 다가왔다 심장은 다시 없어지고 몸은 죽을 때를 알았으며 지금 두 날개는 사라졌다 이제 브릴리간트는 대마로서의 위광을 잃고 오직 썩을 때를 기다릴 뿐 추락할 때가 바로 여기에 와 있었다 이게 웬일인가, 이것이 최후라는 것인가... 아르티아에게 심장을 빼앗겼을 때조차 느끼지 못했던 상실이 브릴리간트의 체구를 저리게 했다 지금 여기 한 시대가 끝나가고 있었다. 하늘에 사는 용이 대지의 끝까지 정벌하는 신화 브릴리간트의 존재는 바로 그 재현으로 용족은 두려워하면서도 그를 기다렸다 때로 꺼려하면서도 여전히 이름을 입에 올렸다 우리의 왕, 천성룡 브릴리간트 그리고 지금 베핌스 산에서 그..
원초의 악 요컨대 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자행된 악행, 그것은 무엇일까. 이유 없는 폭력인가, 악의적인 허위인가, 끝없는 약탈인가 아니, 그 어느 것도 아니였다 말하자면 그것들은 모두 파생된 악행에 불과했다 나쁜 일에 높고 낮음이 있다면, 모두 낮은 악행들 올바른 신이 만들어 낸 세계에서 나쁜 일이 행해진다는 생각 자체가 착각이 심하지 않은가 신은 절대적인 존재 그 손에 들어오는 세상은 모두 신의 시야 안에 있다 거기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든 것이 필연 그렇다면 나쁜 일이 일어날 리 없다 악이 존재한다고 해도 그것은 신이 일어나기 전에 사라져 버릴 것이다 그러니까, 만약 틀림없는 악이 일어나 버린다고 한다면 그것은 신이 죽어버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제 문헌조차 남아 있지 않은 가장 오래된 신화 세상에 악이..
루기스의 원전을 받은 마검이 그 힘을 자랑하듯 보라색의 빛을 발하고 있었다 하지만 카리아의 입장에서 보면 모든 것이 이상해보였다 땀을 흘리며 달려간 끝에 루기스는 혼자서 브릴리간트의 눈 앞에 서 있었다 아가토스는 보이지 않았고 말이다 루기스의 체구에는 상처와 피가 엉겨붙어 있었고 반면에 브릴리간트에게도 미세한 상처는 있었지만 그것은 결코 치명적이지 않은 것 같았다 사람이 손끝에 칼자국을 내면 통증은 나지만 그래도 죽지 않는 것과 같은 모양이였다 그 광경은 너무나 절망적인 힘의 차이를 직감케 했다 수많은 전역을 뛰어 내린 카리아조차 가슴이 터질 듯한 긴장과 압박을 느끼는 이 상황 그런데 어째서 이 남자와 검은 아득한 상공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왜 그는 뺨에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일까? "카리아 엎..
끊임없이 이어지고 영원히 계속되는 투쟁 그래서 계속 돌아가는 톱니바퀴 용의 심장인 피에르트 라 볼고그라드는 한 광경이 보였다 그것은 대마 브릴리간트가 보는 광경이였다 부분적으로 대마와 동일화를 이룬 피에르트는 그의 본질을 직감적으로 이해했다 브릴리간트의 가슴속에 켜져 있는 것은 타는 듯한 증오도 뜨거운 분노를 토하는 격도 아니고, 오직 정복이라는 개념뿐 아, 검은 용은 정복과 멸망밖에 모른다 분명 그의 용은 눈앞에 문명이 있는 한 그것을 마구 먹어치울 것이다 지배나 통치라는 말은 희박, 정복만이 전부 틈을 가지지 않는 파멸이야말로 브릴리간트의 본질 하늘 끝에 있는 것을, 지평 앞에 있는 것을 그의 용니로 깨물고 싶은 것이다 그는 분명 영원히 그것을 반복할 것이다 멸망을 주는 것이 자신의 존재의의라고 말할..
마검이 떨렸다 주인과 일체화된 검에게 그 변화는 너무나 현저했기 때문이였다 주인이 완전히 마인으로 변하려 하고 있다 혼돈의 중심 인물이 되려 하고 있다 그것은 통제자 드래그만이나 보석 아가토스 혹은 거인 카리아처럼 같은 것과는 다르다 사람이란 씨앗이 지금 원전을 가지고 사람을 일탈하려 하고 있었다 그 결말의 많은 부분이 파멸적임을 마검은 알고 있었다 짐승에게 몸을 타락한 자도, 저주와 같은 증오로 마인이 된 자도 인류 영웅 아르티아조차, 그 말로는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 지금 주인 루기스는 원전을 해제하려 하고 있다 그것은 파멸에의 일보에 가깝다 그렇다면, 자신은 주인을 말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마검은 머뭇거렸다 순간 마검은 자신을 비웃으며 칼날을 날카롭게 했다, 뭘 이제와서... 정말로 멈춰야 한다..
대마, 그들은 때때로 복수의 권능을 가질 수 있지만 그래도 근원이 되는 원전은 하나뿐 브릴리간트는 숱한 권능을 앗아갔지만 그 점에 예외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반드시 파고들 틈은 있다 놈의 원전을 무너뜨려 주면 죽일 수 있을 것이다 보석 아가토스는 삐걱거리는 손끝을 스스로 껴안으며 어둠 속으로 나아갔다 오똑한 코가 무음 속에서 점점 들어올려지고 있었다 자신의 윤곽조차도 잃을 것 같은 무음과 어둠이 여기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아가토스 자신도 몰랐다 피에르트트의 마력은 이미 간파할 수 없게 되었고 지침으로 삼아야 할 것은 모두 사라졌다 하지만, 레우의 영혼의 잔향이 그녀에게 머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고 그 의지만이 싸늘한 어둠 속에서 그녀의 다리를 앞으로 내딛고 있었다. 레우의 영혼, 밖에서 아직 ..
천성룡, 용의 왕 대마 브릴리간트에게 주어진 칭호와 이름은 많이 있었다 전승이나 소문으로 알려진 것을 포함하면 셀 수도 없을 것이다 그것은 브릴리간트라는 존재가 얼마나 위협적이었는지를 전하는 것이였다 영웅이든 마성이든 힘있는 것은 항상 그 존재를 잘라내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실제의 브릴리간트가 어떠한 사상을 가지고 어떠한 사고방식을 가진 용이었는지를 아는 사람은 없었ㄷ 그것을 아는 사람은 이미 대부분이 죽어버린 후였으니 말이다 현재 대마 브릴리간트는 몽롱한 생각 그대로 거구를 흔들었다 지금은 아직 발톱도 이빨도 본능으로 움직이고 있을 뿐이였다 브릴리간트 자신은 머리에 파고든 마력에 의해 간신히 그 사고를 되찾기 시작한 것 뿐 이였다 이곳이 어디고,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호했다 어찌된 셈인지 적이 있..
검은 용 브리간트, 빼앗는 자, 수탈의 상징이 거기에 있었다 거대한 체구에 상처가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도 매우 치명적인 존재였다 사람 같은 건 눈길 하나로 사살시켜 버릴 만한 놈이니 말이다 나는 그것 앞으로 접근해, 칼날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되었다 목이 울렸고, 손목이 자기도 모르게 떨림을 일으켰다 그러나 가슴만은 크게 맥동하게 있었다 어쨌든 지금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은 어릴 적 누구라도 꿈꾸고 했던 영웅담 검을 양손에, 용과 대치하며 칼날을 맞대는 것이였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눈을 크게 뜨자 보석 아가토스의 새된 목소리가 귀에 쟁쟁했다. "멀리서도 참획할 수 있는데, 왜 일부러 가까이 가겠다는 거야? 너 바보 아냐? 아니 바보인 건 알지만, 승산이 어딨다는 거야? 설마 입 안으로 들..